이 둘 중 누가 우승해도 ‘10대 테니스 여왕’
라두카누-페르난데스 유쾌한 반란… 힝기스-윌리엄스 이후 22년만에
女단식 10대 선수끼리 결승 대결… 3년전엔 라두카누가 2-0으로 이겨
“빠른 스피드-강심장 스타일 비슷”
에마 라두카누(세계 랭킹 150위·왼쪽 사진)가 10일 미국 뉴욕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단식 4강전에서 마리아 사카리(그리스·18위)를 2-0으로 꺾고 결승 진출을 확정지은 뒤 활짝 웃고 있다. 앞서 열린 4강전에서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2위)를 2-1로 이기며 결승에 오른 레일라 페르난데스(73위·오른쪽 사진)는 관중을 향해 손가락으로 승리의 ‘브이(V)’ 포즈를 하고 있다. 뉴욕=AP 뉴시스
22년 만에 10대 소녀 두 명이 시즌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US오픈 정상 문턱에서 맞붙게 됐다.
18세 10개월의 에마 라두카누(영국·세계 랭킹 150위)는 10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여자 단식 4강전에서 마리아 사카리(그리스·18위)를 2-0(6-1, 6-4)으로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라두카누보다 2개월 빨리 태어난 19세 레일라 페르난데스(캐나다·73위)도 앞서 열린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2위)와의 준결승에서 2-1(7-6<7-3>, 4-6, 6-4)로 이겼다. 이 대회 여자 단식에서 10대 선수끼리 결승전을 치르는 것은 1999년 당시 17세의 세리나 윌리엄스(미국)와 18세의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 이후 처음이다.
윌리엄스와 힝기스가 테니스 여왕으로 군림했듯 라두카누와 페르난데스도 장차 세계 테니스를 이끌 거목으로 성장할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두 선수는 과거 한 차례 맞붙은 적이 있다. 3년 전인 2018년 윔블던 주니어 여자 단식 32강전에서 라두카누가 페르난데스를 2-0으로 이겼다.
이번 대회에서도 라두카누의 우세가 예상되기도 한다. 이 대회 3회전부터 4강까지 4경기 연속 3세트 접전 끝에 승리한 페르난데스와 달리 라두카누는 대회 예선을 포함한 9경기 연속 무실세트 행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3회전에서 오사카 나오미(일본·3위), 16강전에서 안젤리크 케르버(독일·17위), 8강전 엘리나 스비톨리나(우크라이나·5위), 4강전 사발렌카 등을 차례로 무너뜨리며 강호 킬러로 떠올랐다. 두 선수 모두 메이저 결승 진출은 처음이라 경기 결과를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선수는 비슷한 점도 많다. AP통신은 “둘 다 빠른 스피드와 공을 낮게 깔아 치는 능력,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큰 경기에 유독 강한 모습이 닮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나란히 10대 나이에 팬들의 엄청난 응원을 받는 점도 똑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4강전에서도 팬들의 응원 함성은 라두카나와 페르난데스에게 집중됐다.
두 선수 모두 캐나다에서 태어났고, 아시아인 어머니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라두카누는 토론토, 페르난데스는 몬트리올 출신이다. 라두카누는 루마니아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페르난데스는 현재 자신의 코치를 맡고 있는 에콰도르 출신의 아버지와 필리핀계 캐나다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라두카누는 “어머니에게 어려서부터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 중국 테니스 선수인 리나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는 “필리핀에서 날 응원한다고 들었다. 문화는 잘 모르지만 필리핀 음식은 좋아한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US오픈 챔피언인 오사카도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아시아 출신의 피가 흐르고 있다.
결전을 앞두고 두 선수는 상대에 대한 평가도 마다하지 않았다. 라두카누는 “페르난데스는 주니어 때부터 아는 사이”라며 “결승전을 통해 서로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페르난데스도 “또래 선수들과 큰 무대에서 만났으면 했는데 이번 대회는 그동안 우리가 잘 성장해 왔다는 사실을 증명한 결과다”라고 평가했다.
라두카누와 페르난데스의 결승전은 12일 오전 5시에 열린다. 우승 상금은 250만 달러(약 29억 원). 이번 결승 진출을 통해 앞으로 수천만 달러의 스폰서 수입이 예상된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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