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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뼈 부러진 엔리케,주심과 타소티 죽이고 싶어했다"..27년전 사건 '재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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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유럽 축구의 두 전통강호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라이벌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은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벌어졌다.

조별리그에서 김 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을 상대했던 스페인과 우승후보 이탈리아는 8강전에서 격돌했다.

스페인의 공격 상황에서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우측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슛으로 연결하기 위해 문전으로 진입한 루이스 엔리케 현 스페인 대표팀 감독이 바닥에 쓰러져 얼굴을 잡고 고통스러워했다. 이탈리아 공격수 마우로 타소티가 휘두른 팔꿈치에 코를 정통으로 맞은 뒤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엔리케는 붉은 피를 흘리며 타소티를 향해 분노의 감정을 표출했다. 주심에게도 따져물었지만, 주심은 '반칙 상황을 보지 못했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타소티에게 퇴장을 지시하지 않았을뿐 아니라 페널티도 선언하지 않았단 얘기다. 엔리케는 억울함 가득한 표정으로 사이드 라인 밖으로 걸어나가 한동안 엎드려있었다.

이 경기에서 스페인이 후반 43분 로베르토 바조에게 결승골을 헌납하며 1대2로 패해 스페인 선수단과 축구팬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사후 징계로 타소티에게 당시 최장기간인 8경기 출정정지를 내렸으나 8강에서 탈락한 스페인의 마음을 달래기엔 부족했다. 스페인의 대표팀 물리치료사였던 세넨 코르테고소는 훗날 'EFE'와의 인터뷰에서 "엔리케는 당시 주심과 타소티를 죽이고 싶어했다. 심지어 나에게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그의 감정을 눌렀다. 엔리케는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일촉즉발이었던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이날 경기 이후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은 극에 달했다. 한동안 메이저 대회에서 격돌한 적 없는 두 팀은 유로2012에서 운명처럼 만났다. 조별리그에서 1대1로 비기며 승자를 가리지 못했다. 하지만 결승에서 운명처럼 재회했고, 스페인이 4대0 대승을 거두고 우승하며 완벽한 복수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9년 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유로2020 준결승에서 마주했다. 이번에 무적함대를 이끄는 선장은 다름 아닌 엔리케 감독이다. 자연스레 언론은 27년 전 사건을 재조명했다. 스페인 마르카는 4일 '(엔리케 감독이)코가 부러진 지 27년만에 아주리(이탈리아 대표팀 애칭)를 다시 마주한다'고 제하의 기사에서 엔리케 감독과 이탈리아의 악연을 소개했다.

엔리케와 타소티는 17년이 지난 2011년 이탈리아 무대에서 재회했다. 엔리케가 AS로마 사령탑을 맡았을 때다. AC밀란 수석코치였던 타소티는 만남을 앞두고 "(팔꿈치로 가격한 뒤)곧바로 후회를 했다. 용서를 구하고 싶다. 엔리케가 악수를 거절해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으나, 엔리케는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엔리케는 당시 "17년이 지났다. 그 말은 우리가 17살을 더 먹었다는 뜻이다. 둘 사이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도 타소티 현 우크라이나 수석코치 관련 질문을 받은 엔리케는 "(웃으며)제발…. 벌써 오래 전 일이다. 타소티를 3~4번 정도 만나봤는데, 좋은 친구다.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따윈 없다"며 "나는 이탈리아를 사랑하고, 로마를 사랑한다. 그곳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이탈리아를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양팀의 맞대결은 7일 새벽4시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펼쳐진다. 승자는 잉글랜드-덴마크 승자와 결승에서 만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AFP연합뉴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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