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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위해 빨간 유니폼 입은 스케이터" 일본이 재조명한 고다이라의 인성[베이징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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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고다이라 나오가 2020년 12월 일본 선수권대회에서 그해 나가노 지역 사과 농가의 태풍 피해 농민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사과 그림이 그려진 빨간 유니폼을 입고 질주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외국 선수들 가운데 일본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고다이라 나오(36)는 국내 팬들에게 사랑받는 외국 선수 중 한명이다.

고다이라가 4년 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스피스케이팅 500m 금메달리스트로 맞수이던 이상화와 우정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경기장 안팎에서 보이는 선수로서 품격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고다이라는 이번 대회에서는 주종목인 500m에서 17위에 그치는 등 기대 만큼의 경기력은 보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를 향한 일본 언론의 시선은 유난히 뜨겁다. 빙판을 녹일 듯한, 고다이라의 따뜻한 인성 때문인듯 하다.

일본의 ‘산케이스포츠’는 20일 고다이라가 2020년 10월 자원 봉사를 나섰던 한 농가의 농부를 통해 들은 또다른 ‘고다이라 스토리’를 전했다.

고다이라의 고향인 일본 나가노 지역의 여러 농가가 태풍 피해로 눈물로 젖었을 때의 일이다. 고다이라가 당시 찾았던 곳은 100년을 넘겨 사과 농사를 지어온 야스마이 농장. 인근 강이 범람하며 수위가 2.5m까지 올라 출하 직전의 약 50톤의 사과가 진흙 투성이가 됐던 상황에서 고다이라는 피해 규모를 최소화하는 작업에 동참했다. 농부인 니시자와 호타카씨와 인터뷰에 따르면 고다이라는 홀로 10㎏ 정도의 온전한 사과를 수확했다.

고다이라는 당시 “운동선수로 도움을 받는 위치에 있었지만, 이제는 사람들을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느꼈다”며 “재건을 목표로 한 사람들의 모습이 역경을 이겨내려는 내 자신의 모습과 겹쳤다”고 전하기도 했다.

고다이라는 당시 나가노 지역 농부들을 응원하고 또 한마음으로 달린다는 의미로 국내 대회에서는 유니폼을 새로 맞춰 입고 빙판을 질주했다. 당시 유니폼은 사과를 연상시키는 빨간 색으로 디자인돼 있다. 실제 사과 그림도 여러 군데 새겨넣었다.

니시자와씨는 “나는 고다이라를 가족처럼 생각한다. 코다이라는 대회 직전에 오른쪽 발목 염좌로 힘들었지만, 그 상태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웠다”며 “고다이라가 베이징에서 달린 총 1500m(1000m 포함)만으로도 나가노의 가족에게는 용기를 줬다”고 말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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