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축구 인생 마지막..." 36세 베테랑의 '감동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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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축구 인생 마지막..." 36세 베테랑의 '감동 투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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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축구 인생 마지막..." 36세 베테랑의 '감동 투혼'

기사입력 2022.03.04. 오전 05:45 최종수정 2022.03.04. 오전 05:46 기사원문
인천유나이티드 강민수. /사진=인천유나이티드"축구를 하다 보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다웠다. 지난달 19일, 수원삼성과의 개막전에서 상대와 충돌로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 가야 했던 상황. 그야말로 아찔했던 부상 장면을 돌아보는 '베테랑' 강민수(36·인천유나이티드)에겐 여유가 넘쳤다.

당시 중앙 수비수로 나선 그는 상대 측면 크로스를 헤더로 걷어내려다 오버헤드킥을 시도하던 김건희(27·수원삼성)의 발에 안면 부위를 맞았다. 쓰러진 그의 상태를 본 주위 선수들이 다급하게 의료팀을 부를 만큼 큰 부상이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출혈이 있던 데다 어지럼증까지 호소한 터라 결국 그는 구급차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후 뇌 CT 촬영 등 정밀검사까지 받았다. 가벼운 뇌진탕 증세와 눈 인근 부위를 꿰매긴 했지만, 다행히 심각한 이상은 없다는 소견을 받았다. 새 시즌 개막을 알리는 첫 경기부터 찾아온 날벼락 속 그야말로 천만다행이었다.

지난 2월 1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개막전에서 헤더를 시도하던 강민수(가운데)가 김건희(오른쪽)의 오버헤드킥에 안면을 가격당하는 순간.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강민수는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며 덤덤하게 당시를 돌아봤다. 그는 "헤딩을 하면서 부딪힌 상황이었다. 처음엔 피가 나길래 크게 다쳤겠구나 했다"면서도 "들것에 실려 나간 뒤에는 '경기를 계속해야 된다'는 생각에 최대한 빨리 일어났는데, 이미 교체가 이뤄져 다시 누웠다"고 웃어 보였다.

자신보다 더 놀랐을 김건희에게는 "신경 쓰지 말라"고 답했다는 그다. 당시 김건희는 충돌 후 쓰러져있는 강민수 곁을 계속 지켰고, 인천 팬들을 향해서도 고의가 아니었다는 제스처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강민수는 "병원에 있을 때 직접 '미안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걸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에, '전혀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 더 열심히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잘 마무리했다"고 했다.

일주일 뒤 열린 FC서울과 2라운드. 경기 선발 라인업에 그의 이름이 올라 있는 건 팬들 사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병원에서 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긴 했지만, 경기 중 충돌로 병원까지 실려 간 선수가 다음 경기에 바로 출전하는 건 적지 않은 나이 등을 감안할 때 팀이나 선수 모두 쉽지 않은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강민수는 "병원에서도 괜찮다고 했고, 직접 훈련도 하루 이틀 해보니 괜찮았다. 경기에 출전을 하든 안 하든 통상적으로 경기를 준비했다"며 "내가 먼저 (조성환) 감독님께 '뛰고 싶다'고 말씀드리는 건 선수로서 말이 안 된다. 대신 감독님이 '괜찮냐'고는 물어보셨다. 의무팀을 통해서도 괜찮다는 의사가 전달되면서 감독님께서도 출전하라고 하셨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2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전을 1-1 무승부로 마친 뒤 아쉬워하고 있는 인천유나이티드 강민수.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물론 실전이 쉽지만은 않았다는 그다. 강민수는 "훈련 때는 최대한 헤더를 안 하다 워밍업 때 헤딩을 좀 강하게 했더니 순간적으로 '띵' 해서 나도 놀랐다"면서 "경기 초반에 조금 위축이 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를 하다 보니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크게 무리도 없었고, 공이 오면 또 헤더를 안 할 수도 없었다"고 웃어 보였다.

그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든든하게 팀 수비를 지켰다. 비프로일레븐 자료에 따르면 이날 그는 3차례 공중볼 경합에서 2차례 이겨냈다. 불과 일주일 전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큰 부상을 당했지만, 애초에 몸을 사릴 그가 아니었다. 사흘 뒤 열린 강원FC 원정길에도 동행해 변함없이 인천 수비진을 지켰다. 여전히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로 팬들에겐 '감동'을 안겼다.

덕분에 인천은 3경기 단 1실점의 짠물 수비를 앞세워 개막 3경기 무패(2승1무)로 2위로 올라섰다. 시즌 초반마다 어려움을 겪다 시즌 중후반 이후에야 살아나던 인천의 예년을 돌아보면 '돌풍'이다. 첫 경기에선 일찍 빠지긴 했지만, 이후 2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 수비진을 지킨 강민수의 역할도 컸음은 물론이다.

강민수는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계속해왔던 것들이 있는데, 여기에 너무 좋은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왔다. 동계훈련 때 감독님부터 코칭스태프, 의무팀 등 다 소통이 잘 됐다"며 "첫 경기를 이기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초반부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게 된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어쩌면 축구 인생 마지막..." 36세 베테랑의 '감동 투혼'1986년생, 우리 나이로 37살. 베테랑으로서 이번 시즌의 목표를 묻는 질문엔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오히려 그는 "베테랑은 개인적인 목표를 가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지론을 밝혔다.

강민수는 "베테랑이 몇 경기를 뛰겠다는 등 목표를 가지고 개인적인 목표만 내세우다 보면 팀 분위기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며 "베테랑이라면 어린 선수들이 목표로 하는 부분들 잘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에 출전하든 안 하든, 언제나 선수들을 도와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어떻게 보면 축구 인생의 마지막일 수 있다. 그래서 '선물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몇 경기를 뛰겠다, 어떻게 하겠다는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그저 매 경기와 모든 훈련, 선수들과 식사하는 이런 모든 부분들까지 그냥 감사하게, 또 즐겁게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인천을 이끄는 베테랑이자 팀원으로서 목표만큼은 명확했다. 개막전 당시 자신이 쓰러졌을 때 누구보다 걱정해주고, 또 자신의 투지에 누구보다 큰 박수를 보내주던 팬들을 위한 약속이기도 했다.

강민수는 "ACL(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게 일단 첫 번째 목표다. 최소한 작년보다는 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팬분들이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올해는 팬분들께 굉장히 '편안한 시즌'을 만들어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 다짐했다.

기사제공 스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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