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은 금메달, 품위는 노메달… 쇼트트랙 스타의 몰락
심석희(25)에 이어 임효준(26)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공교롭게도 한때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스타였던 두 선수들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동시에 올림픽 메달 꿈을 접게 됐다.
중국빙상경기연맹은 지난 17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는데, 중국으로 귀화한 임효준은 제외됐다. 임효준은 지난 15일 끝난 중국 대표팀 선발전에서 남자 500m, 1500m에 출전해 1차 레이스에서 최하위에 그쳤다. 이번 선발전에서 최종 3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 출전이 가능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후배 성추행 혐의 징계 임효준
대법원 무죄 판결 이전에 귀화
중국 올림픽 대표 선발전 탈락
결국 남는 것 없이 비난만 받아
심석희 이어 올림픽 출전 접어
임효준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금메달,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국내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로 떠올랐다. 그러나 2019년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도중 후배 선수의 바지를 내리는 행위로 성추행 혐의를 적용받아 1년간 자격정지 처분을 당했다. 이후 임효준은 법원에 연맹의 징계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2년간 소송 끝에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성추행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 앞서 중국으로 귀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미 중국 귀화를 마친 상황에서 억울함을 호소해 국내 팬들의 공분을 샀다.
그러나 임효준이 중국으로 귀화해도 베이징 올림픽 출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 제41조 2항에 따르면 한 선수가 국적을 바꿔서 올림픽에 참가하려면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대회 이후 3년이 지나야 한다. 임효준은 2019년 3월 10일 한국 대표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터라 올해 3월 10일이 지나야 중국 대표로 출전이 가능했다. 단, 국제올림픽위원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대한체육회가 모두 동의하면 참가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은 있으나, 당초 대한체육회가 동의할 가능성은 없었다.
이젠 중국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기 때문에 중국 측이 한국의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어졌고, 그의 올림픽 출전은 끝내 무산됐다. 임효준은 베이징 올림픽 출전이라는 욕심에 국적까지 버렸지만, 남는 것 없이 비난만 산 꼴이 됐다.
여자 쇼트트랙 심석희 역시 18일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자격정지 2개월 징계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며 베이징 올림픽 출전 희망이 사라졌다.
심석희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3000m 계주 금메달, 1500m 은메달, 1000m 동메달을 거머쥐며 스타덤에 올랐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3000m 계주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평창 올림픽 이후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과 함께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대표팀 동료·코치를 욕설·비방하는 문자메시지를 A 코치와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상황이 뒤바뀌었다. 결국 국가대표로서 품위 유지를 위반했다는 징계 사유가 법원에서도 인정되며 3회 연속 올림픽 메달 도전도 물거품이 됐다.
심석희와 임효준은 둘 다 기량은 뛰어났으나, 기량만큼 인성과 품격이 따라주지 못하며 ‘좌절의 쓴맛’을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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