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에서 던져야 할 '괴물투수'가 KBO에 떴다!
LG 수아레즈가 한국에 건너온 이유..선수 커리어 전환점 필요한 상황에서 동료 켈리 추천 받아
(시사저널=이창섭 야구칼럼니스트)
국내 프로야구에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괴물투수'가 나타났다. LG 트윈스가 새롭게 영입한 외국인 투수 앤드류 수아레즈(29)가 그 주인공이다. 4월27일 삼성의 데이비드 뷰캐넌이 6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다승·탈삼진 1위로 부상했지만, 그 직전까지 수아레즈는 평균자책점·다승·탈삼진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저 정도 구위라면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에서 던져도 통할 것"이라는 국내 해설진의 찬사가 이어지면서, 이런 20대의 초특급 투수가 왜 KBO리그로 건너왔는지 팬들의 궁금증이 이어지고 있다.
4월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 4회초 LG 선발투수 수아레즈가 역투하고 있다.ⓒ뉴시스MLB 유망주로 기대 모았으나, 날개 펴지 못해
수아레즈는 2015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지명을 받았다. 40라운드까지 진행된 드래프트에서 1215명 중 61번째로 뽑혔으니 수아레즈를 향한 기대치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수아레즈는 2011년과 2014년에도 이미 드래프트 지명을 받았었다(2011년 토론토 9라운드, 2014년 워싱턴 2라운드). 당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수아레즈의 최대 장점으로 꾸준히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을 꼽았다.
수아레즈는 샌프란시스코 마이너리그에서 착실하게 성장했다. 팀 유망주 5위에 선정된 2017년에는 더블A와 트리플A 도합 10승10패, 평균자책점 3.30(26경기)의 성적을 올렸다. 그리고 이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역시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수아레즈는 첫 1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99로 선전했지만, 이후 12경기 평균자책점은 5.21로 치솟았다. 특히 홈과 원정에서 성적 편차가 상당히 컸다(홈 4승6패 3.75, 원정 3승7패 5.26). 또한 좌타자는 잘 막아냈지만, 우타자에게는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피안타율 좌타자 0.208, 우타자 0.290).
수아레즈가 힘겨운 적응기를 보낸 2018년, 샌프란시스코는 시즌 후 대대적인 개혁을 도모했다. LA 다저스 단장 파르한 자이디를 구단 사장으로 영입했다. 현지 매체에서는 수뇌부의 교체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단의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선수단 구성 역시 새로운 수뇌부가 추구하는 기조에 맞춰 바뀔 것으로 예상됐다. 안타깝게도 수아레즈는 자이디 사장이 구상하는 팀의 미래에 포함되지 못했다. 설상가상 2019 시즌에 매우 부진한 성적을 남기면서 입지가 좁아졌다(21경기 2패 5.79). 수아레즈는 마이너리그로 강등됐고, 이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수아레즈에게는 선수 커리어의 전환점이 필요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는 건 힘들었다. 그렇다고 메이저리그에서 팀을 옮기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유망주 육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 최근 메이저리그 특성상 20대 후반에 접어든 수아레즈는 계륵에 가까웠다. 이러한 상황들이 겹치면서 수아레즈는 해외로 눈을 돌렸다.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KBO리그 복수 구단이 지난해부터 수아레즈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마침 201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함께 뛰었던 현 LG 소속의 케이시 켈리(32)도 KBO리그를 추천했다. 수아레즈가 KBO리그행을 결정하고, LG를 선택한 배경에는 켈리의 조언이 있었다.
수아레즈의 활약은 예견된 결과…MLB 역수출 노려
수아레즈는 시즌 전부터 긍정적인 기류가 감지됐다. 빠른공 평균 구속 92.2마일(148km)은 KBO리그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신장(183cm)에 비해 릴리스 포인트(투수가 공을 놓는 지점)가 높아 타자들이 공략하기 까다로울 것으로 보였다. 여기에 주무기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구종이었다. 특히 2019년부터는 슬라이더 구속을 줄이는 대신 회전수를 늘리면서 각을 더 날카롭게 조정했다. 이 달라진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이 0.238이었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0.222로 더 떨어졌다. 이는 모두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 만든 기록이다.
수아레즈는 유망주 시절부터 제구가 안정된 투수였다.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볼넷 수가 2.34개였으며, 메이저리그에서도 비슷한 9이닝당 볼넷 수(2.89개)를 기록했다. 스트라이크존을 잘 파악하고 활용하는 투수이기 때문에 상위 레벨에서도 제구가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스트라이크존은 그 어떤 리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수아레즈는 KBO리그에서 자신의 실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시범경기부터 예사롭지 않은 모습을 나타내더니, 시즌 첫 5경기에서 3승1패 1.23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이 0.165이며, 피장타율도 0.204에 불과하다(5월1일 기준).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수아레즈의 성적은 '진짜'일 가능성이 크다. 대중적으로 쓰이는 세이버매트릭스 투수 지표 중 FIP(Fielding Independent Pitching)가 있다. 수비에서 발생하는 변수를 배제하고 투수가 직접 관여하는 탈삼진·사사구·피홈런만으로 계산한 평균자책점 개념이다. 만약 FIP가 평균자책점보다 지나치게 나쁘면 그 투수는 수비의 도움 및 운이 따른 것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수아레즈는 투수의 역량을 가늠하는 FIP에서도 1.85로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수아레즈 정도의 기량을 갖춘 외국인 선수가 KBO리그에 오는 건 드물었다. 하지만 현재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들의 수준이 평균적으로 높아졌다. 당장 직전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현역 선수들이 바로 넘어올 정도다. 류현진·김광현·김하성·양현종 등 KBO리그 출신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도전하고, 지난해 ESPN이 KBO리그 경기를 미국에 중계하면서 과거에 비해 KBO리그는 잘 알려진 곳이 됐다. 그러면서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 신호탄을 쏘아올린 선수는 에릭 테임즈(34)다. 테임즈는 2014~16년 세 시즌 동안 NC 다이노스에서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390경기 타율 0.349, 124홈런). 2015년에는 47홈런 40도루로 KBO리그 최초의 40-40클럽 가입자가 됐다.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KBO리그를 평정한 테임즈를 주목했다. 이에 테임즈는 2016 시즌이 끝나고 밀워키와 3년 16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로 복귀했다. 테임즈에 이어 메릴 켈리(애리조나), 조시 린드블럼(밀워키), 브룩스 레일리(휴스턴), 크리스 플렉센(시애틀) 등이 KBO리그를 거쳐 금의환향했다.
수아레즈도 이들과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여전히 나이가 젊기 때문에 뛰어난 성적만 보여주면 다시 돌아갈 길은 열릴 것이다. 과연 수아레즈는 '코리안 드림'을 이루고 메이저리그에 복귀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일단, 출발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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