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FA 대박 이소영 "강이슬, 소고기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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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FA 대박 이소영 "강이슬, 소고기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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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은 달라도..선수촌 9년 지기
강이슬도 8억 받고 FA 새 팀 이적
"나도 소영이처럼 우승하고 싶어"
나란히 올림픽 첫 무대에 도전장

프로농구 KB 강이슬(왼쪽)과 프로배구 KGC 이소영이 환하게 웃고 있다. 나란히 ‘FA 대박’을 친 이들은 9년 지기 친구다. 김성룡 기자


“강쓰리. 사진 찍는데 후드티 입고 왔어?”(이소영)

“여기이쏘영. 그런 넌 시상식 왔니? 무슨 정장~.”(강이슬)

여자 프로배구 KGC인삼공사 레프트 이소영(27)과 여자 프로농구 청주 KB 스타즈 가드 강이슬(27)은 보자마자 티격태격했다.

이소영 휴대전화에는 강이슬이 ‘강쓰리’로, 강이슬 휴대전화에는 이소영이 ‘여기이쏘영’으로 각각 저장돼있다. 이는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기도 하다. 종목이 다른 두 사람은 2013년부터 알고 지낸 ‘찐친’(진짜 친구)이다. 나이(1994년생)도, 데뷔 연도(2012년)도 같은 데다 이번에 올림픽 첫 도전이라는 점까지 빼닮았다.

게다가 둘 다 이번에 자유계약선수(FA)에서 ‘대박’을 쳤다. GS칼텍스 3관왕의 주역 이소영은 KGC인삼공사와 3년 총액 19억 5000만 원에 계약했다. 부천 하나원큐의 3점 슈터 강이슬은 KB와 2년간 연봉 상한선 3억원(옵션 9000만원 별도)에 계약했다. KB가 하나원큐에 지급한 보상금(9억원)까지 합하면, 강이슬 몸값은 16억8000만원이다. 강이슬이 인터뷰 장소를 찾지 못하자 이소영이 가서 데려왔다. 둘은 손깍지를 끼고 왔다.

프로농구 KB 강이슬(왼쪽)과 프로배구 KGC 이소영이 환하게 웃고 있다. 나란히 ‘FA 대박’을 친 이들은 9년 지기 친구다. 김성룡 기자

Q : 두 사람 얼마 만에 보나.
A : 이소영(이하 이) “일 년 만인데, 서로 보자마자 뭐라 했다. 옷을 왜 이렇게 입었냐고.”(웃음)

강이슬(이하 강) “보통 2시간씩 영상통화로 수다를 떤다. 소영이가 술을 못해, 염혜선(KGC인삼공사 세터) 언니 집에서 맛있는 걸 같이 먹는다.”

Q : 언제부터 친분을 이어왔나.
A : 이 “2013년이니까 19살 때다. 둘 다 아는 배구 쪽 언니가 이어줬다.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부쩍 가까워졌다. 선수촌은 농구장과 배구장이 가깝다. 쉴 때는 서로에게 상대 종목을 가르쳐줬다. 이슬이가 나(1m76㎝)보다 4㎝ 크고 점프력이 좋다. 배구를 했으면 레프트로 성공했을 거다.”

강 “소영이는 힘이 좋아 3점 슛을 림까지 던진다. 농구를 했으면 슈팅가드를 했을 거다. 한번은 스파이크를 받겠다고 했더니 소영이가 경기 때처럼 힘껏 때렸다. 무서워서 도망갔다.”

여자프로농구 최고 3점 슈터 강이슬. [연합뉴스]

Q : FA 계약을 앞두고 상의했나.
A : 강 “(염)혜선 언니가 ‘소영이가 전화 안 받는다. 내가 꼬실까봐 숨은 것 같다’고 했다. 계약은 기사가 뜨고 알았다. 나보다 계약 기간도 길고 연봉도 두 배니까 한턱낼 거다.”

이 “이슬이는 다른 팀 제안을 공유해줬는데, 난 시즌 끝나고 정신이 없었다. 몸 보신용 소고기를 내겠다. 지난해까지는 숙소가 나는 경기 청평, 이슬이는 인천 청라였다. 이제 나는 대전, 이슬이는 청주다. 가까워서 좋다.”

Q : 새 팀을 선택한 이유는.
A : 강 “주장을 맡아 우승까지 이끈 소영이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나는 플레이오프를 뛰어보지 못했다. 4개 팀에서 제안이 왔다. 액수는 KB가 가장 낮았다. 게다가 김완수 전 하나원큐 코치가 KB 감독으로 간 상황이라, 혹시 오해할까 걱정했다. 하지만 우승이 목말랐다.”

이 “나도 또 우승하고 싶어 KGC를 택했다. 그런데 믿었던 발렌티나 디우프(득점 1위)가 팀을 떠났다. 이영택 감독님한테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고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우승을 미끼로 한) 취업 사기에 당한 건 아닌가(웃음).”

강 “그럼 나도 팀에다 (박)지수(리그 최고 센터)랑 종신 계약부터 하라고 해야겠다.”

지난 시즌 GS칼텍스 3관왕을 이끈 이소영(오른쪽). [연합뉴스]

Q : 서로 경기장에도 가나.
A : 이 “올스타전을 보러 갔다. TV에 이슬이가 나오면 ‘쟤 내 친구예요. 슬테판 이슬(스테판 커리에 빗댄 별명)’이라고 자랑한다. 어쩜 그렇게 3점 슛을 잘 넣는지. 다만 내가 보면 자꾸 져서 채널을 돌리게 된다.”

강 “장충이랑 화성 체육관에 가봤다. 내가 갔을 때 소영이가 트리플 크라운(서브·블로킹·백어택 각 3점 이상)을 달성했다. 챔프전은 TV 중계로 봤다. 소영이는 공수의 균형이 잘 잡힌 육각형 선수다. ‘아기 용병’으로 불린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리더십을 갖춘 ‘소영 선배’가 됐다.”

Q : 서로의 이상형은 어떤가.
A : 강 “나는 순하게 생긴 공명(배우) 같은 스타일이 좋다. 소영이 스타일은 내가 안다. 운동 잘하고 듬직한 윤두준(가수) 같은 스타일이다.”

Q : 둘 다 올림픽은 처음인데.
A : 이 “이슬이는 도쿄행 확정이지만, 배구는 아직 대표팀 최종 명단을 발표 전이다. 올림픽에서 정말 뛰고 싶고, 메달도 정말 따고 싶다.”

강 “농구는 8강이 목표다. 선수촌 들어가면 외출도 안 된다던데, 쉴 때 소영이랑 노래방 가고 탁구도 해야겠다. 코로나19가 걱정되지만, 소영이랑 둘이면 마음이 놓일 것 같다.”
박린·김효경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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