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장난 같은 슈어저-그레인키의 마지막 승부

다음 경기는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에이스 저스틴 벌랜더를 선발투수로 예고한 원정 6차전. 워싱턴 자칫 에이스 슈어저를 한번 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시리즈를 내줄 위기에 몰렸다.

워싱턴은 천신만고 끝에 기사회생했다. 1차전부터 6경기 연속 원정팀이 승리하는 진기록을 이어가며 시리즈를 3승3패 원점으로 되돌렸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6차전에서 8⅓이닝 2실점 호투로 또 한번 가을의 전설을 썼다. 타석에서는 앤서니 렌던이 홈런 한방을 포함, 5타점을 몰아쳐 워싱턴의 7대2 승리를 견인했다.

경기 전부터 슈어저의 몸 상태에 관심이 쏠렸다. 슈어저는 경기를 앞두고 외야에서 캐치볼을 하며 몸 상태를 점검했다. 지켜보는 관계자와 밝은 미소로 대화를 주고 받았다.

그리고 슈어저는 경기 도중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6차전 등판을 위한 준비는 아니었다. 불펜피칭을 계기로 7차전 등판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었다. 워싱턴은 희망을 품었고 스트라스버그와 렌던이 희망을 현실로 만들었다.

양대리그 사이영상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슈어저는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3승무패 평균자책점 2.16으로 잘 던졌다. 1차전에서는 휴스턴의 최정상급 선발 게릿 콜과의 선발 맞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두며 워싱턴의 역사적인 월드시리즈 첫 승을 견인했다.

워싱턴에게 가장 큰 고비였던 내셔널리그 승률 1위팀 LA 다저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도 슈어저의 활약은 빛났다. 2차전 불펜투수로 등판해 팀 승리를 도왔고 1승2패로 벼랑 끝에 섰던 4차전에서는 직접 승리를 따냈다.

슈어저가 31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7차전에서 얼마나 좋은 컨디션으로 언제까지 마운드를 지킬 수 있을지가 월드시리즈 최종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휴스턴의 운명은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과감한 결단으로 리그를 놀라게 했던 트레이드 영입의 주인공 잭 그레인키에게 달려있다.

이미 벌랜더와 콜이라는 최정상급 원투펀치를 보유했던 휴스턴은 선발진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사이영상 수상 경력이 있는 에이스 그레인키를 데려왔다. 많은 전문가들은 올시즌 하반기 휴스턴의 선발진이 리그 최고라고 평가했다.

휴스턴은 콜과 벌랜더가 등판한 월드시리즈 4경기에서 1승 밖에 거두지 못했다. 슈어저의 등판이 갑자기 취소된 5차전에서 콜이 승리투수가 됐다. 벌랜더는 스트라스버그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그레인키는 휴스턴의 반격을 이끈 주역이다. 원정 3차전에서 5회를 채우지는 못했지만 4⅔이닝동안 물이 오를대로 오른 워싱턴 타선을 1실점으로 막아내면서 시리즈 첫 승에 기여했다.

그레인키는 6차전이 끝난 뒤 미국 현지 미디어를 대상으로 웃으며 "7차전이 내셔널리그 구장에서 열리면 좋았을텐데"라는 농담을 건넸다. 타격을 잘하는 투수로 유명한 그이기에 가능한 농담이다. 그는 베테랑답게 7차전 등판이 약간 흥분된다고 말했다.

양팀은 모든 것을 쏟아붓는 총력전을 예고했다. 휴스턴의 강점은 언제 어디서 장타가 폭발할지 모르는 타선의 파워에 있다. 워싱턴은 출루에 능한 테이블세터와 랜던, 후안 소토가 버티는 중심타선의 조화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선발 맞대결이 중요하다. 내일이 없는 승부에서 초반 기싸움을 주도하지 못하는 팀은 자칫 힘없이 무너질 여지가 있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결국 월드시리즈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게 된 슈어저, 전격적인 트레이드로 휴스턴에 합류해 이제는 콜과 벌랜더의 몫 이상을 해내야 하는 그레인키. 메이저리그 간판 선발들의 자존심 대결에 관심이 집중된다.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