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강의 종강?' 설린저가 지친 걸까, 수비가 먹힌 걸까
올 시즌 프로농구 막판 합류해 판도를 좌우하고 있는 안양 KGC인삼공사 외국인 선수 제러드 설린저(29·204cm). 정규 시즌 10경기에서 7승 3패 상승세를 이끈 데 이어 플레이오프(PO) 5연승을 견인하고 있다.
다만 설린저가 살짝 지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PO에서 풀 타임 가까이 뛰고 있는 만큼 체력적인 부담이 경기력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설린저는 24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현대모비스와 4강 PO 2차전에서 40분을 모두 뛰었다. 양 팀 최다인 21점 1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73 대 71 승리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앞선 경기들과 비교하면 다소 수치가 떨어졌다. 22일 1차전에서 설린저는 역시 풀 타임을 뛰며 무려 40점을 쏟아부었다. 4쿼터에만 21점을 집중시켜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3점슛도 12개 중 5개를 넣어 성공률 40%가 넘었다. kt와 6강 PO 3경기에서 설린저는 평균 36분 정도를 뛰며 28점 10리바운드 정도를 기록했다.
4강 PO 2차전에서 풀 타임을 뛴 점을 감안하면 생산력이 살짝 떨어졌다. 3점슛도 7개 중 2개가 들어가 성공률이 30%를 밑돌았다. 야투율도 45%로 50%에 가까운 시즌 평균보다 낮았다.
설린저는 2경기 연속 풀 타임을 비롯해 PO에서 평균 37분53초를 뛰고 있다. 6강 PO 1차전 33분19초를 시작으로 점점 출전 시간을 늘렸다. 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은 "5분이라도 쉬게 해주려고 해도 본인이 한사코 괜찮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면서 "1차전에서도 2쿼터 때 바꿔주려 했지만 거부 의사를 보여 교체를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또 다른 외인 라타비우스 윌리엄스는 2경기 연속 벤치를 지켰다. 다만 김 감독은 "윌리엄스가 이에 대해 기분 나빠하지 않고 오히려 열심히 응원해주고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팀 워크가 깨지거나 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인삼공사의 또 다른 외인 라타비우스 윌리엄스는 설린저의 풀 타임 가까운 출전에 PO에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KBL설린저가 풀 타임을 고집하는 이유는 경기 감각 유지 때문이다. 김 감독은 "중간에 빠지면 설린저가 리듬이 깨진다고 하더라"면서 "본인이 그런데 굳이 빼서 팀 분위기를 망치겠다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출전 시간이 늘어 지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2차전에서 설린저는 돌파에 어려움을 겪는 등 움직임이 살짝 둔해진 모습을 보였다. 심판 판정에 대해 짜증을 내는 장면도 여러 차례 잡혔다. 지쳤을 때 나오는 증상들이다. 팀 동료 이재도는 경기 후 "초반에 심판 콜도 짜증이 났던 것 같고 체력적인 면도 있었다"고 짚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설린저의 체력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감독은 "어떻게 게임을 다 잘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오늘은 상대 수비가 너무 강하게 나왔고 판정에도 민감해서 그런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보이게 마련"이라면서 "본인이 조절을 하면서 뛸 줄 알기 때문에 다음 경기에서는 잘할 것"이라고 여전한 신뢰를 보냈다.
설린저는 이날 1쿼터에는 9점을 넣으며 기세를 올렸지만 이후 12점에 머물렀다. 상대 외인에게 블록을 당했고, 장재석의 강력한 수비에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1차전 때는 거리를 두고 수비했지만 2차전 때는 타이트하게 막았다"면서 "돌파하는 스피드가 느려 센터가 헬프 수비를 하는 것은 1차전과 전반보다 좋아졌다"고 이날 수비에 대해 설명했다.
다만 설린저는 승부처였던 4쿼터 막판 존재감을 뽐냈다. 종료 1분 47초 전 짜릿한 버저 비터 3점포를 터뜨리며 승기를 지켰다. 김 감독도 "결정적인 순간 해줬으니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 시즌 PO 판도를 좌우할 플레이어로 꼽히는 설린저. 과연 체력 부담에 대한 우려를 떨치고 '설 교수의 명강의'를 이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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