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할대 타율, 무홈런' 그러나 타점 1위, 어떻게 봐야 할까

MK스포츠 정철우 전문기자

오릭스 버팔로스 T-오카다는 1할 타자다. 27일 현재 타율이 0.196에 불과하다.

하지만 팀 내에서 그 누구도 T-오카다를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는 타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팀 내에서 가장 많은 타점을 올린 선수다. 팀의 주포인 요시다 마사타카와 13개로 공동 1위다. 많지 않은 기회에서 만들어 낸 성적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오릭스 T-오카다는 1할대 타율과 무홈런에 그치고 있지만 틴 내 타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오릭스 SNS

1할 타자다 보니 경기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다. 좌투수가 기용될 때는 거의 스타팅 멤버로 나서지 못한다.

올 시즌 좌투수를 상대한 것은 4타석에 불과하다. 안타는 1개도 때려내지 못했다.

상대 투수가 우투수 일때나 돼야 선발 출장 기회를 잡는다. 그럼에도 한정된 시간에서 최대 효율을 뽑아낸다.

T-오카다는 득점권 타율이 0.500이나 된다. 14타수 7안타를 기록중이다. 그 중에 13타점을 만들어냈다.

특이한 것은 홈런이 단 1개도 없었다는 점이다. 7안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타점을 올렸다.

원래 홈런 타자로 이름 높았던 T-오카다다. 3년차인 2010년 33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퍼시픽리그 홈런왕에 오른 경험을 갖고 있다.

이후 부침이 심했지만 2017년 다시 31개의 홈런을 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단 1개의 홈런도 치지 못하고 있다. 18경기에 출장해 57타석을 들어섰지만 홈런은 1개도 때려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팀 내에서 타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오릭스가 허약한 공격력을 지닌 팀이라고는 해도 1할대 무홈런 타자가 세운 기록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수준이다.

13타점은 리그에서도 공동 11위 권의 높은 수치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무려 84타점 페이스다.

일단은 찬스에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비결이라 할 수 있다.

T-오카다는 주자가 없을 때 타율이 0.095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자가 득점권으로 가면 갈 수록 타율이 높아진다. 1,3루와 2루에 있있을 땐 5할 타율을 기록했다.

찬스에 강하다는 건 허상에 가깝다는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주 소수의 클러치 히터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찬스에 특별히 강한 타자는 따로 없다는 이론이 기정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이론으로는 T-오카다 같은 경우를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어쩌면 찬스에 특별히 강한 타자가 따로 있는지도 모른다.

2006년에 입단해 어느새 16년 차 베테랑. 이제는 한 물 간 옛 홈런타자지만 여전히 팀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T-오카다. 그의 기이한(?)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butyou@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