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 실격 이해 안돼.. 금 뺏긴 헝가리서도 후폭풍"

헝가리 MTVA방송 캐스터 타마시 파사헬리씨가 9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경기가 열리기 직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 기자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4년 전 올림픽 중계를 위해 평창을 찾은 적이 있다.

“준결승이었지요? 나도 (한국 실격 판정은) 이해를 못 했어요.”

논란이 거셌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이야기를 꺼내자 나온 반응이다. 헝가리 국영 MTVA방송에서 쇼트트랙 중계를 맡은 캐스터 타마시 파사헬리씨와 대화에서다. 국민일보는 9일 쇼트트랙 남자 1500m 경기가 있기 직전 베이징 서우두(首都)체육관 기자실에서 그를 만났다.

황대헌과 이준서는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결승 진출 순위로 경주를 마쳤으나 영상판독 결과 실격 처리돼 중국 선수가 대신 올라갔다. 그러잖아도 최근 국내 고조되던 반중 감정에 불을 지피는 결과였다. 황대헌의 1500m 금메달로 여론이 다소 진정됐지만 여파는 남아있다.

같은 종목 결승에서 헝가리의 류 사오린 샨도르 역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실격당했다. 중계화면에는 샨도르가 팔로 중국의 런쯔웨이를 가로막는 사이 런쯔웨이가 샨도르를 당기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이 비쳤다. 영상판독 결과 샨도르에게만 반칙이 주어졌고 반칙 2회로 옐로카드를 받은 그는 실격 처리됐다. 금메달은 런쯔웨이에게 돌아갔다.

헝가리에서도 후폭풍이 컸다. 파사헬리씨는 “몇몇 매체는 심판들의 견해를 보도했다. 대부분 중국 선수(런쯔웨이)와 샨도르 모두 반칙 사유가 있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샨도르에게 반칙이 주어졌다면 중국 선수도 반칙을 받아야 했고,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헝가리 선수단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국제빙상연맹(ISU)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기각 통보를 받았다. 헝가리 올림픽위원회와 스케이팅연맹(MOKSZ)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해당 주심에 대한 윤리 조사를 요청했다. 한국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와 IOC 위원장 면담을 계획 중이다. 양국 선수단은 상호협력해 이번 일에 대응하기로 했다.

파사헬리씨는 한국 선수들이 받은 실격 판정이 석연찮다는 데 동의했다. 그는 “코너에서 한국 선수들이 앞서나간 장면이었는데, 잘못한 정도를 1부터 100 수치로 매겨봤을 때 중국 선수의 잘못이 30이라면 한국 선수의 잘못은 10 정도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정부가 심판을 사주했다는 등 음모론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봤다. 그는 “이건 쇼트트랙이다. 배후가 있을 거라는 등 너무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심판은 대회 장소가 중국이기에 (심리적) 압박을 받을 수 있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심판에게 전화 걸어 어떤 판정을 내리라고 지시했을 리는 없잖은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중국을 향한 한국 팬들의 반응을 이해한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도 인접국인 루마니아와 비슷한 관계다. 유사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음모론이 나온다”며 “스포츠에서 이런 일은 매번 일어난다. 심판도 실수한다”고 말했다.

그는 4년 전 평창올림픽을 예로 들며 “수치로만 따지면 중국은 당시 실격을 9번, 한국은 3번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한국이 가장 적은 실격을 받진 않았지만 개최국에 호의적인 판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당시 주심 피터 워스 심판위원은 이번 대회도 주심을 맡았다.

파사헬리씨는 “우리는 결승에서 졌다. 하지만 당사자인 샨도르도 경기 뒤 바로 반응하지 않고 하룻밤 뒤에야 생각을 SNS에 올렸다”며 차분한 대응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시합이 많이 남았다. 앞으로 시합에 집중하는 게 더 나은 일”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글·사진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