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팀 사령탑은 축구인들에게 매력적인 자리다. 각급 연령별 대표팀 또는 K리그 팀을 이끄는 감독이라면 한 번쯤 꿈꿔볼 만한 위치다. A매치마다 경기장을 꽉 채우는 팬들 앞에서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한국축구 역대 최강의 멤버들을 지휘한다면 한국대표팀 사령탑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60·독일)을 이을 새 사령탑을 선임하는 중책을 맡은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의 쟁점은 ‘속도’였다. 빠르게 정식 사령탑을 선임하자는 의견과 3월 태국과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연전(21일 홈·26일 원정)을 임시 감독에게 맡기고 천천히 새 사령탑을 선임하는 방안이 모두 논의됐다.

협회는 일단 황선홍 감독을 선택했다. K리그 현직 감독들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팬들의 비난 여론이 커지자 24일 임시 감독을 임명하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27일 제3차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선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을 겸하는 황 감독을 낙점했다.

급한 불은 껐다. 협회는 정식 사령탑을 선임하기까지 시간을 벌었다. 태국전 다음 A매치는 6월 6일 예정된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싱가포르 원정이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은 “추후 회의에서 정식 감독 선임을 논의하겠다”며 황 감독의 임시 체제를 발표했다.

문제는 향후 정식 사령탑 선임이다. 황 감독이 유임될 가능성도 있지만, 한국 사령탑 자리에 몇몇 해외 유명 감독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티브 브루스 감독(64·잉글랜드), 필립 코쿠 감독(54·네덜란드), 세뇰 귀네슈 감독(72·튀르키예),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51·이탈리아) 등이 우리 대표팀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그러나 협회는 성급한 결정을 해선 안 된다. 대표팀에 헌신하고 능력 있는 감독을 찾기 위해 최대한 많은 후보군을 둘러보며 명확한 기준과 투명한 선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시스템을 무시하고 성급하게 처리한다면 이름값만 번지르르했던 클린스만 전 감독의 악몽을 되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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