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당구 외길, 에디 레펜스의 ‘하면 된다’
큐를 잡은 지 벌써 40년 차다. 15개국에서 타이틀을 얻었는데 PBA투어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3년 만에 드디어 정상에 오른 에디 레펜스(51·SK렌터카)는 “챔피언 타이틀을 위해 오랜 시간 기다렸다”고 했다.
레펜스는 지난 23일 경기도 고양시 소노캄고양에서 열린 ‘휴온스 PBA-LPBA 챔피언십’ 결승전서 조재호(NH농협카드)를 세트스코어 4-1로 꺾고 개인 통산 첫 번째 PBA투어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9~2020시즌 PBA투어 출범 이후 세 시즌 만에 본인의 첫 우승컵을 수확했다. 우승 상금 1억원과 랭킹포인트 10만점도 품에 안았다.
결승전 초반부터 용호상박이었다. 달아나면 곧장 뒤쫓는 흐름으로 전개됐다. 빠른 호흡 속에 레펜스가 우위를 점했다. 레펜스는 하이런 11점으로 분위기를 잡은 뒤 3득점을 추가해 첫 세트를 따냈다. 2세트를 내준 레펜스는 3세트에 하이런 8점을 몰아쳤고, 4세트에도 하이런 6점으로 리드를 잡았다. 마지막 세트 역시 하이런 11점을 몰아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조재호의 집중력이 흔들렸고, 레펜스는 끝까지 점수를 쌓아 15-0으로 완승을 거뒀다.
레펜스는 지난 3년 동안 SK렌터카 동료의 통역을 위해서만 인터뷰에 나섰다. 좋은 일이라지만 선수로서 자존심이 상할 법한 일이었다. 12살부터 큐를 잡은 그는 당구선수만 40년 차다. 15개국에서 타이틀을 수확했을 정도로 실력파인데 유독 PBA투어서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레펜스는 “그동안 너무 긴장해서 제 실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거 같다. 오늘은 자신감이 확실히 있었기 때문에 조재호 선수에게 압박을 줄 수 있었다”며 “이렇게 인터뷰를 직접 하게 되니 환상적이다. 정말 좋다”고 웃었다.
이번 대회는 줄곧 압도적이었다. 128강서 고바야시 히데아키를 상대로 승부치기 끝에 승리한 게 가장 큰 고비였다. 이후 64강부터 8강까지 비교적 쉽게 상대를 제압했고, 신정주와 4강서는 풀세트 접전 끝에 결승행 티켓을 잡았다. 그리고 조재호와 마지막 결전에서 특유의 안정적인 샷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레펜스는 “큰 대회에서는 패배한 적이 많았다. 멘탈코치를 통해 심리적으로 도움을 받았고 오늘 승리할 수 있었다”면서 “늘 포기하지 않았고 드디어 목표를 이룬 오늘이 최고의 순간이다. 이때까지 힘든 순간이 많았는데 오늘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도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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