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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답지 않은 SK 김원형 감독, 기구한 운명이 힘


“준비를 잘 해야죠. 말이 아닌 성적으로 증명하는 게 내 일이잖아요.”

초보 사령탑 SK 김원형 감독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고교(전주고) 졸업반 때 신생팀 쌍방울에 우선지명 돼 프로 유니폼을 입었고, IMF 때 구단이 SK로 바뀌는 아픔을 겪었다. 2010년 유니폼을 벗은뒤 지도자로 10년간 일하다 친정팀 지휘봉을 잡았더니, 또 구단이 매각됐다. 신생팀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구한 야구 인생을 살아온 덕일까. 신세계 초대 사령탑으로 감독 데뷔시즌을 준비하는 김 감독은 초보 사령탑 답지 않게 매우 침착하고 차분해 보였다. 

SK 김원형 감독은 코칭스태프,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 직원과도 격의 없이 대화를 주고 받는다. 제공=SK와이번스

제주 서귀포에 있는 강창학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김 감독은 조용하지만 묵묵히 선수들의 움직임을 눈에 담고 있다. 코칭스태프,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 직원과도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소통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이런저런 구상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팀 주축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전력은 나와있다. 현 전력에서 마이너스가 발생했을 때 어떤 선수를 어디에 기용해 플러스로 만드느냐가 내 역할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완주에 그치지 않고 주전과 백업의 전력차를 최대한 줄이는 시간으로 스프링캠프를 보내고 있다는 뉘앙스였다.

김 감독은 창단팀이 빌드업 하는 과정과 신생팀이 리그에 연착륙하는 과정을 모두 경험했다. 만년 하위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모습을 지도자로 지켜봤고, 왕조가 잃어버린 왕좌를 탈환하는 과정도 경험했다. 시대 변화에 따른 선수들의 의식 변화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봤고, 그 속에서도 ‘준비의 중요성’이 흔들리지 않는 버티목이 돼야 한다는 것도 체득했다. 캠프를 앞두고 “프로선수는 몸으로 말해야 하는 자리”라며 “마음은 편하겠지만 몸은 힘들어야 자기 것이 생긴다”고 강조한 것도 ‘준비’를 강조하기 위한 김 감독 나름의 화법인 셈이다. 

SK 김원형 감독이 제주 서귀포 강창학구장 그라운드를 손수 고르고 있다. 제공=SK와이번스

그래서 그의 시선은 주로 젊은 선수들에게 가 있다. 그는 “20대 초반 선수들은 1군 스프링캠프를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한편으로는 엄청난 기회”라고 말했다. 캠프에서 눈도장을 받으면 1군 출전 기회가 커지는 건 자명한 사실. 옥석가리기를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투구뿐만 아니라 타격훈련 때에도 휴대용 데이터 측정장비를 활용해 타구속도와 발사각 등을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요즘 선수들은 ‘객관적인 지표’로 설명해야 납득하기 때문에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대화법을 준비하는 것도 코칭스태프의 역할이다.

백업선수들의 성장은 기존 전력에 플러스 알파 효과를 낸다. 김 감독은 “주축 선수들이 부상없이 시즌을 치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투수만 해도 21명 정도로 한 시즌을 치러야 하는데, 자리가 확정된 선수를 제외하면 다섯 자리 정도를 두고 13~15명 가량이 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수도 마찬가지다. 외야는 사실상 포화상태로 볼 수 있지만, 내야는 물음표가 많다. 특히 유격수는 주전과 백업 구분이 큰 의미 없을 정도다. 확실한 주전이 있는 1, 2, 3루는 고만고만한 선수들이 백업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정해진 엔트리 숫자는 제한적이다. 시범경기가 끝날 때까지 제한된 숫자에 포함될, 혹은 결원이 생겼을 때 충원될 선수가 가려진다.

신생팀이라는 특수성과 마주하는 올해는 이 준비 과정이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기존 팀과 조금 다른 방식의 준비 과정이 불가피한데, 김 감독의 신생팀 경험이 큰 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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