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에 끌려다니는 여자배구..통제불능 위기
“겉은 화려하고 좋아 보이나 안은 썩고 곪았다.” 22일 전 국가대표팀 주장 김연경(33·상하이 광밍)의 뼈아픈 자기 성찰이다. 치솟는 인기와 평균 연봉 1억 원에 감춰진 여자프로배구의 치명적 문제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주전급 선수 몇몇이 감독을 교체할 만큼 막강한 권력을 가진 여자배구. 스타급 선수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열악한 구조. 얇은 선수층과 폐쇄적인 구단 운영, 무늬만 프로지 중고교 수준을 못벗어난 구단의 의식구조가 작금의 IBK기업은행 사태를 몰고 왔다.
이런저런 이유로 선수단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주전급 선수가 팀을 무단으로 이탈하는 일은 흔한 일이 됐다. 팀을 이탈해도 구단에서 상전 떠받들 듯 모시러 오니 못이기는 척 돌아가면 그만이다.
화성 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조송화가 2020-21 한국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언더토스를 하고 있다. 조송화는 2021-22시즌 부임한 서남원 감독으로부터 오버토스 비율을 늘리라는 지적을 받고도 성의 없이 대꾸하더니 2차례 무단 이탈로 사령탑 경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진=김영구 기자V리그 여자부 현장에선 “상대적으로 경력이 대단하지 않은 감독·코치들은 선수들에게 영이 서지 않는다. 한마디로 선수들이 우습게 여긴다”는 지도자들의 한탄이 들려온다.
코치는 감독을 보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다. 그러나 김사니 IBK 코치 처럼 감독이 아닌 선수편에 서서 편가르기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감독으로 승진하겠다는 욕심에 핵심 선수들에게 “코치님이 감독이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게끔 친분을 쌓고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코치가 있는 것이 한국여자배구의 현실이다.
코치가 시즌 도중 팀을 무단 이탈하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거니와 그 코치를 아무 문책 없이 다시 받아들여 감독 대행을 시키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지금 한국여자배구는 대수술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찬형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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