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다, 시신 찾지 말라"..열 손가락 잃은 산악인, 영웅으로 영원히 남다

1989년 에베레스트(해발 8848m) 첫 원정 등반에 성공하며 전문 산악인의 삶을 시작한 김 대장은 1991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 등반 중 조난당한 뒤 극심한 동상으로 인해 손가락을 잃고 장애인이 됐다. 병원에서 일곱 번이나 이식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열 손가락을 모두 잃게 된 것이다.

김 대장은 그럼에도 굴하지 않았다. 동계장애인올림픽 출전을 통해 의지를 다지고 다시 등반에 나선 김 대장은 1997년 유럽 엘부르즈(5642m)부터 2009년 남극대륙 빈슨 매시프(4897m)까지 7대륙 최고봉을 완등했다. 이후에는 사단법인 '김홍빈과 희망 만들기'를 설립해 장애인·청소년 등을 후원하는 한편 꾸준한 등반으로 올해 브로드 피크(8047m)까지 히말라야 8000m급 14봉을 모두 올랐다. 한국인으로서는 일곱 번째고,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 기록이다. 김 대장은 당시 정상에 오른 뒤 "코로나19로 지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장애인 김홍빈도 할 수 있으니 모두 힘내십시오"라는 메시지로 국민에게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하산 길에서 사고가 발생하며 김 대장은 짧지만 치열했던 생을 마감했다. 현지에 있던 등반대가 구조 작업에 나섰지만 줄이 끊어지면서 실패했고, 이후 헬기까지 동원해 수색했지만 끝내 시신을 찾지 못했다. 생전 김 대장이 "주위 도움으로 산에 갈 수 있었는데 죽어서까지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기에 배우자 방영은 씨가 직접 수색 중단을 요청했고, 김 대장은 영원히 히말라야 품에 묻히게 됐다.

[이용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