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 전설’ 클린스만, 韓축구 이끈다

파울루 벤투(54·포르투갈)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이룬 월드컵 16강 진출의 영광을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이 재현할 수 있을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2026년 8월까지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 새 사령탑에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했다고 27일 밝혔다. 계약기간은 3월부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본선 기간까지인 3년 5개월이다. 연봉은 합의에 따라 공개하지 않기로 했지만 전임 벤투 감독의 금액(약 18억원)을 상회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외국인으로는 역대 9번째이고 독일 출신으로는 2014∼2017년 지휘봉을 잡았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남자 대표팀을 이끌게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연합뉴스

벤투 전 감독과 마찬가지로 재임 기간 국내에서 생활하기로 약속한 클린스만 감독은 다음 주 중 한국에 입국해 본격적인 대표팀 구상에 나설 계획이다. 축구협회는 계약서에 ‘국내 거주’ 조건을 달았다. ‘클린스만 사단’은 새 감독이 입국한 뒤 축구협회가 논의해 확정할 계획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명단을 꾸린 뒤 다음 달 24일 울산에서 열리는 콜롬비아전을 통해 데뷔전을 치른다. 28일에는 서울에서 우루과이를 상대해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거스 히딩크(77) 감독을 비롯해 전임 벤투 감독에 이르기까지 훌륭한 감독의 뒤를 잇게 된 것을 영예롭게 생각한다”며 “다가오는 아시안컵과 2026년 월드컵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참가했고, 1988년과 1992년, 1996년에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유로)에 연속 출전했다. 이어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1998년 프랑스 대회까지 월드컵 본선에 3회 연속 나서 이탈리아 월드컵과 유로 1996에서 독일의 우승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한국 대표팀을 상대로 2골을 넣기도 했다. 당시 환상적인 터닝슛을 성공시키며 국내팬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선수로서 평가는 뛰어나지만 지도자로서는 평가가 좋지 않다.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대표팀을 이끌고 2006년 독일 월드컵 3위에 오르는 등 성과를 냈지만 그가 사령탑이었던 대부분 팀에서 해임됐고 또 기행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독일 대표팀 감독을 맡았지만 부정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당시 대표팀 수비수였던 필립 람은 자서전을 통해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이 아닌 체력훈련만 시켰다”며 “결국 선수들이 경기 전에 모여 어떻게 경기를 해야 할지 토론해야 했다”고 돌아봤다. 2011년부터 미국 대표팀 감독으로 5년간 활동했지만 끝이 좋지 않았다. 클럽에서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 지휘봉을 잡은 뒤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비웠고, 헤르타 BSC 베를린 감독직 역시 3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상식 밖 행동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헤르타 베를린을 떠날 땐 페이스북을 통해 일방적으로 사임을 통보했다. 경기장에선 스폰서 경쟁사 브랜드를 노출했고, 재택근무를 주장하다 구단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역대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때 늘 찬반은 갈렸다”며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28일 오후 2시 선임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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