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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없는 자신감과 막연한 운용이 만든 1123일만의 ‘꼴찌 한화’

마법사 0 539 0 0

지난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4회말 한화 공격 때 한화 더그아웃에서 코치진과 선수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2019 KBO리그 순위표 가장 아래에는 5일 현재 한화가 자리하고 있다. 연패하는 동안에도 롯데가 평행선을 달리듯 함께 패하며 최하위를 용케 피해왔으나, 지난 3일 대전 SK전에서 패하는 동안 롯데가 두산을 꺾으며 결국 10위가 되고 말았다. 2016년 7월6일 이후 1123일만에 꼴찌로 떨어진 것이다. 3위에 올라 가을야구를 경험했던 지난 시즌을 빼면 한화는 대표적인 약팀으로 꼽혔으나, 최하위까지 떨어진 적은 최근 3년하고도 한달 동안 없던 일이었다. 한화는 4일 SK를 상대로 8-2 완승을 거뒀으나, 롯데도 두산을 9-4로 이긴 탓에 최하위 탈출에 실패했다.

한화가 그라운드에서 낸 결과물들인 각종 투·타 지표를 살펴보면 부진한 팀 성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도 문제였지만, 한화의 부진한 성적은 낙관적이고 막연했던 시즌 준비 탓도 크다.

한화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무한경쟁’을 화두로 내걸었다. 연차에 따른 차등 대우를 두지 않고 모든 선수들을 같은 출발선상에서 경쟁시켜 좋은 성과를 내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였다. 캠프에 합류한 베테랑 선수들이 쉬는 날에도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하면서까지 몸만들기에 열심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여느 때보다 좋은 신인들을 드래프트에서 선발했다는 자신감도 넘쳤다.

시즌을 치르며 결과적으로 두드러진 점은, 한화는 당장 ‘무한경쟁’을 할만큼 선수층이 두꺼운 팀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한화는 시범경기 기간 이용규가 팀을 이탈하면서 외야수 한 자리가 비었는데, 그 자리에 김민하, 백창수, 양성우, 장진혁 등이 1·2군을 오가며 번갈아 기용됐으나 수개월간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시즌 전 외야수 훈련을 하지 않았던 이성열이 외야 자리를 메우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주석이 개막 첫 주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아웃되자 키스톤콤비가 오선진-정은원으로 재편됐는데, 수비 부담이 심한 포지션인데도 거의 쉬지 않고 경기를 치렀다. 내·외야에 그만큼 대체자원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캠프 때부터 주목받던 신인 타자 변우혁(타율 0.226)과 노시환(0.195)은 모두 혹독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물론 얇은 선수층은 한화가 육성과 무한경쟁을 내세운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가운데서 강조한 경쟁 구도는 ‘성적과 리빌딩 어느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구단의 포부와는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부터 베테랑들을 중심으로 뒤숭숭했던 분위기는 경쟁 구도 속에서 딱히 좋아지지 않았고, 팀 성적이 떨어지자 더욱 악화됐다. ‘경쟁하다보면 선수들 간에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이상으로 정교하고 치밀한 시즌 운용 전략이 필요했으리란 아쉬움이 남는다.

막연한 기대에서 출발한 시즌 준비는 더 있다. ‘중견수 정근우’ 카드다. 정근우는 지난해 좌익수 전향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나 한화는 캠프 때 ‘휘어지는 타구가 코너 외야보다 적고, 발이 빨라 수비범위가 넓을 것’이라며 중견수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시즌이 되자 정근우는 타구판단 등에 불안함을 노출했고, 그 불안함은 마운드도 흔들었다. 여기에 타격 컨디션마저 떨어져 타율이 2할 밑으로 떨어지기까지 했다. 햄스트링 부상까지 당한 정근우는 부상 복귀 후 1루수로만 나서고 있다.


토종 선발진 구상 및 운용도 막연했다. 개막 후 20경기도 안돼 토종 선발 로테이션이 물갈이된 것을 보면 그렇다. 첫 등판에서 대퇴부 부상을 당했던 김재영은 예외로 두더라도, 김성훈은 첫 등판 후, 박주홍은 세번의 등판만에 로테이션에서 빠졌다. 이후 토종 선발투수가 여럿 나섰으나 장민재 외에는 자리잡은 투수가 없었다. 8월 한화는 장민재와 불펜요원 임준섭, 신인 김이환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짜기까지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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