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제조기’된 박동원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아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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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7 10:35
키움 박동원을 둘러싼 논란이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는다(사진=중계화면 캡처)
키움 히어로즈 박동원은 최근 KBO리그에서 가장 ‘핫’한 선수다. 8월 들어 4할대(0.419)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어서가 아니다.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일거수일투족에 뜨거운 논란과 거센 비난이 따라붙기 때문이다.
8월 첫날엔 심판의 볼 판정에 욕설을 내뱉은 뒤 퇴장당했고, 더그아웃 뒤 복도의 기물을 때려 부수는 장면이 중계방송 화면에 잡혀 논란이 됐다. KBO는 6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박동원에게 제재금 200만 원을 부과했다.
13일 LG 트윈스 전에선 헛스윙한 배트가 상대 포수 이성우의 팔을 가격해 새로운 논란을 만들었다. 이성우 이전에도 KT 장성우, 롯데 나종덕, 한화 지성준, 두산 박세혁, SK 이재원, NC 정범모가 박동원의 배트에 맞았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각종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은 박동원을 향한 비난과 욕설로 도배됐다.
특히 최근의 스윙 논란은 욕설이나 기물파손과 달리 직접적으로 배트에 맞은 선수가 있고, 그 팀 팬이 존재하기에 비난의 수위가 더 높아졌다. ‘살인 스윙’ ‘포수가 포수 잡는다’는 자극적인 타이틀이 달렸고, 공중파 뉴스까지 등장했다. 키움 관계자는 “뉴스를 보고 선수가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동원 스윙, 반드시 고쳐야” vs “스윙 수정은 불가능해, 포수가 물러나는 게 해법”
논란이 된 8월 1일 경기 장면. 박동원은 이날 행동으로 KBO로부터 200만 원의 제재금 징계를 받았다(사진=중계화면 캡처)
박동원의 스윙이 올해 들어 갑자기 바뀐 건 아니다. 키움 관계자는 “올해 이전에도 지금의 폼으로 타격했다”고 했다. 방망이를 크게 휘두른 뒤, 오른발이 뒤로 이동하면서 주저앉는 듯한 형태의 거친 스윙이다. 제대로 맞았을 때는 호쾌하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중심이 뒤로 이동하면서 포수 쪽에 가까워진다.
많은 타자는 타격한 뒤 배트를 자연스럽게 손에서 놓고 앞으로 달려 나간다. 박동원은 팔로스루 뒤에도 배트를 손에 쥐고 있는 스타일이다. 타석 위치도 공을 좀 더 오래 보기 위해 가장 뒤쪽, 포수와 가까운 곳에 선다. 그만큼 포수와 접촉할 확률이 높다.
일단 고의가 아닌 건 분명하다. 수년 동안 수만 번을 반복하면서 몸에 각인된 박동원 고유의 타격폼이다. 같은 포수로서 언제든 똑같이 맞을 수 있는 자리에 있기에, 고의로 상대 포수를 맞힌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13일 이성우를 맞힌 뒤에도 직접 찾아가서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일각에선 박동원이 타격폼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정석 키움 감독도 이를 의식한 듯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더 큰 일이 생기기 전에 고쳐야 한다. 쉽게 고치긴 어려운 모양이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얘기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야구인도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박동원이 변화를 시도하는 게 비난 여론을 가라앉게 하는 길이 아니겠나’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타격폼을 바꾼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타격폼은 반복 훈련을 통해 만들어진다. 공이 날아오면 본능적으로, 반사적으로 나온다. 인위적으로 교정하기 어렵다. 1부터 10 사이에 어느 하나만 어긋나도 전체가 망가지는 게 타격 메커니즘이다.
배트를 왼손에 쥐고 있는 습관이나 타석 위치도 마찬가지. 비시즌 중에 바꾼다는 것도 어렵지만, 시즌 중에 바꾼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키움 한 코치는 “야구를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인도 “요즘은 선수의 고유한 폼도 네티즌 여론에 따라 바꿔야 하느냐”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야구인은 “박동원의 타격폼은 일반적인 상황에선 논란이 될 만한 일이 아니다. 올 시즌 전에 문제가 됐던 적도 없고, 배터박스를 벗어나거나 규정에 어긋난 부분도 없다. 포수가 맞은 건 안타깝지만 야구를 하다 보면 종종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현장 야구인들이 여론에 휘둘리는 상황을 우려했다.
메이저리그에 정통한 야구 관계자도 “빅리그 타자 중에는 스윙할 때 (박동원 같은) 팔로스로를 하는 타자가 많다”고 두둔했다. 스윙한 뒤 배트가 포수에게 맞는 경우가 종종 나오지만, 스윙을 바꾸라거나 타자를 비난하는 여론이 나오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메이저리그 포수와 KBO리그 포수들의 포구 시 앉는 위치가 다르다”며 “국내 포수들이 지나치게 타자 쪽에 가깝게 붙어 앉는 경향이 있다. 이런 부분은 일반 팬은 알 수 없는 부분”이라 했다.
박용진 전 한화 2군 감독은 “이 문제를 박동원의 타격폼 문제로 보고 ‘폼을 고치라’고 하면, 박동원은 타격을 할 수가 없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포수가 약간 뒤로 물러나 앉는 게 대처 방법이다. 박동원뿐만 아니라 타자가 스윙이 크고 맞을 위험이 있을 때는 포수가 뒤로 한 발짝 물러나야 부상을 피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 전 감독은 “최근 야구를 보면 논란거리가 아닌 장면이 논란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다. 강백호가 혼자 울분을 표한 게 ‘괴성 논란’이 되는 사례도 그렇고, 박동원의 타격폼 논란도 마찬가지”라며 “여론에 편승하고 논란을 조장해선 안 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동원 논란, 그간 키움 둘러싼 사건·사고의 연장 선상”
박동원을 향한 논란은 결국 키움 구단을 향한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사진=키움)
사실 박동원의 스윙이 유독 논란이 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박동원은 지난해 팀 동료 조상우와 함께 불미스러운 일로 장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리긴 했지만 문제 선수로 낙인이 찍혔다. 야구팬 사이에선 그가 경기에 출전하는 데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그라운드에서 욕설하고 기물을 파손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대중의 시선에선 박동원의 행동이 지난해 있었던 사건과 겹쳐 보이는 게 당연하다. 자숙해도 모자랄 마당에 폭력성을 드러낸다는 비난을 살 여지가 있는 행동이었다. 여기다 포수 가격 논란까지 겹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 해설위원은 “결국 지금의 논란은 지난해 불미스러운 사건, 그리고 그간 키움 선수단에 있었던 온갖 사건·사고의 연장선상이 아니겠나”라며 “문제를 일으켰던 선수와 구단이 자초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뭘 하든 논란이 될 수밖에 없고, 더 조심하고 신중을 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구단의 미온적인 대처가 논란을 더 키운다는 시각도 있다. 키움은 박동원이 욕설과 가물 파손으로 KBO 제재를 받은 뒤 별도의 구단 징계는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 관계자는 “미국 사례를 살펴봐도 같은 행동으로 구단이 징계한 사례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의 정서와 한국의 정서는 다르다. 후배가 선배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지면 폴더 인사를 하고, 선배에게 슬로커브를 던지면 미안해야 하는 게 K-정서다. 더그아웃에서 선수끼리 멱살을 잡아도 뒤탈이 없는 미국과 한국리그의 분위기는 다르다. 선수의 같은 행동에도 팬들의 반응은 천양지차다.
원칙만 앞세운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한번 미운털이 박힌 이상,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다른 선수나 구단이라면 문제되지 않을 장면도 ‘박동원이라서’ ‘키움 선수라서’ 더 큰 논란이 되고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구단주부터 선수까지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키움 구단의 ‘원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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