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섭함 감추지 못한 김경문 감독 "구단에 양해를 구하고 싶지만…"

김경문 야구 대표팀 감독이 15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2019 WBSC 프리미어 12 서울 예선라운드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있다.

“오늘(8일) 저녁에는 어떤형태로든 결론을 내야지.”

한국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의 목소리에는 섭섭함이 묻어났다. 심사숙고 끝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 6개월 여 동안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나 선수 구성과 컨디션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누던 정민철 투수코치가 한화 단장으로 영전했다. 선배 입장에서는 한없이 축하할 일이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프리미어12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 핵심 코치가 이탈할 수 있다는 소식은 청천 벽력이다. 김 감독은 “고민을 해봐야한다”며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눈치다.

정 단장은 대표팀 엔트리 구성 과정이나 상대 전력분석 등 여러분야에서 김 감독과 호흡을 맞춰왔다. 프리미어 12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투수들의 컨디션도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투수운용에 관해서는 사실상 전권을 갖고 있던 터라 벤치전력 약화가 불보듯 뻔하다. 김 감독도 “솔직한 마음으로는 구단에서 양해를 해주시면 프리미어12까지는 대표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구단 단장이라는 자리가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지 잘 알기 때문에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 감독은 “정 단장도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겠는가. 오늘 저녁에 만나 얘기를 나눠보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오는 10일 저녁 소집해 11일부터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공식 훈련을 시작한다. 그만큼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미다.

구단도 사실상 난색을 표했다. 구단 관계자는 “단장님과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마무리훈련 등 일정이 줄줄이 잡혀있어 대표팀 코칭스태프로 참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대표팀을 생각하면 정 단장을 기꺼이 보내주는 게 마땅하지만, 팀이 처한 현실을 고려하면 선뜻 시간을 주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 단장이 부득이한 사정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하면 최원호 코치와 함께 투수들을 이끌 새 코치를 인선해야 한다. 두산 김원형, SK 손혁, KIA 서재응 등 현역 코치들이 후보로 평가된다. 특히 김원형 코치는 SK와 롯데, 두산에서 코치 생활을 해 김광현과 박종훈, 하재훈, 이영하, 함덕주 등 여러 투수들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다만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터라 대표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까지 시간이 빠듯하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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