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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 안 봐… 난, 우리 KIA 선수들만 봐"

마법사 0 701 0 0

메이저리그 타점왕·홈런왕… 김병현 애리조나 시절 한솥밥, WS우승 내셔널스 2년간 지휘
항상 방망이 들고 다니며 선수들에게 직접 시범 보여 "기본 탄탄한 작전 야구할 것"


맷 윌리엄스(54) KIA 신임 감독을 만난 지난달 24일 낮엔 월드시리즈 2차전이 한창이었다.

전라남도 함평 KIA챌린저스필드 구내식당 TV는 워싱턴 내셔널스 타선이 휴스턴 애스트로스 마운드를 맹폭하는 장면을 생중계했다(이날 내셔널스가 12대3으로 이겼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TV에 눈길도 안 주고 김치말이국수를 먹었다. 그는 2년간(2014~2015년) 내셔널스를 지휘했다. 본인이 지도했던 선수들이 창단 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를 치르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걸까.

"저는 지금 KIA 타이거스 감독입니다. 제겐 KIA 선수들이 더 중요하죠. 월드시리즈는 보긴 보죠. 잠들기 전 하이라이트 영상만 잠깐."

태평양 건너온 '아메리칸 호랑이'

키 188㎝인 윌리엄스 감독이 방망이를 손에 쥔 채 입을 꾹 닫고 서 있으면 성난 호랑이처럼 서늘하다. 그가 지켜보는 앞에서 KIA 선수들은 긴장 반, 설렘 반인 얼굴로 뛰어다녔다.

윌리엄스 감독은 제리 로이스터(롯데), 트레이 힐만(SK)에 이어 한국 프로야구 지휘봉을 잡는 세 번째 외국인이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으로선 최초다. 선수 윌리엄스는 메이저리그에서 1987년부터 2003년까지 17시즌 뛰며 올스타에 5번 뽑혔다. 내셔널리그에서 1990년 타점왕, 1994년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호랑이 감독, 방망이 들고 첫 상견례 - 프로야구 KIA의 새 사령탑 맷 윌리엄스 감독은 선수 시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타점왕, 홈런왕을 차지하고 올스타에 5번 뽑힌 ‘스타’였다. 그는 지도자로선 선수들 앞에서 직접 방망이로 시범을 보이는 ‘행동파’ 감독이다. 사진은 지난달 전남 함평 KIA 챌린저스필드에서 선수단과 처음 인사하는 자리에서 방망이를 들고 서 있는 모습. /KIA 타이거스


한국 팬들은 2001년 월드시리즈에서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4·5차전 연속 역전 홈런을 내주고 주저앉았을 때 어깨를 툭 쳐주던 덩치 큰 백인 3루수로 그를 기억한다. 최근 2년간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3루 코치였다.

'빅리그 수퍼스타가 한국행을 선택한 배경이 궁금하다'고 하자 윌리엄스 감독이 손사래를 치며 "나는 수퍼스타가 아니라 그냥 야구인이며, 감독이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뭐든 알려주는 '야구 선생님'이 되고 싶다"면서 "내가 가진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주려면 직접 시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항상 방망이를 들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불펜 연습장과 타격 훈련장, 수비 훈련장을 부지런히 오가며 선수들과 부대꼈다. 통역 담당 도영빈 매니저는 "감독님 활동량을 따라가려니 밥 먹고 돌아서면 배고프다"고 웃었다.

한국은 윌리엄스 감독이 처음 와 본 외국이다. 1985년 한미대학야구선수권 때 미국 대표팀에 뽑혀 국제선 비행기를 처음 타봤다. 이번엔 입국 첫날 조 단장과 사우나에 가서 때를 밀었고, 첫 끼니로 만두 라면을 국물까지 다 먹었다. 김치는 매 끼니 따로 챙겨 먹는다.

"기본기 탄탄한 야구 하겠다"

한국 야구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궁금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힐만 감독이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선수마다 응원곡이 다를 정도로 열기가 대단하다고 들었다"고 했다. 김병현과 류현진 등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활약과 WBC와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가 이룬 성취도 빼놓지 않았다.





친정팀 경기 생중계하는데 눈길도 안줘 - 지난달 24일 전남 함평 KIA챌린저스필드 구내식당에서 맷 윌리엄스 KIA 신임 감독이 워싱턴 내셔널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월드시리즈 2차전이 중계되는 TV 앞을 지나가는 모습. 그는 2014년부터 2년간 지휘했던 내셔널스가 창단 이후 처음 월드시리즈 경기를 치르는데도 TV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조계현 KIA 단장은 이달 초 윌리엄스 감독과 첫 만남에서 '서로 야구관이 통해' 일사천리로 계약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계약 기간은 3년(액수는 비공개). 그 야구관이 뭘까. 윌리엄스 감독은 "요즘은 무조건 공 빨리 던지고 홈런 많이 치는 것만 신경 쓴다"며 "선수마다 갖고 있는 개성을 무시해 버리니 야구 인기도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 각자의 장점을 살린 작전 야구를 추구한다. 전제는 탄탄한 기본기다.

"야수는 실책, 포수는 블로킹 실패가 있으면 안 됩니다. 투수도 볼넷을 줄여야죠. 모두 패배를 자초하는 겁니다. 일단 수비는 확실히 다지고 내년 시즌을 시작하겠습니다." 올 시즌 KIA의 팀 실책은 110개. 10개 구단 중 둘째로 많았다.

윌리엄스 감독의 부임은 KIA 혁신의 신호탄이다. KIA는 최근 코치 10명을 교체하는 조직 개편을 했다. 진갑용·송지만 등 광주에 연고 없는 코치들도 영입했다. 데이터 분야 인력도 2배 이상 늘린다. 윌리엄스 감독은 데이터 야구의 원조격인 애슬레틱스에서 일했던 경험을 KIA에 최대한 녹일 계획이다. 그는 "선수들의 기본기가 탄탄해야 데이터 활용이 의미가 있다. 데이터는 확률이고, 전략을 완성하는 건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KIA 팬들의 성원은 남달리 뜨겁다. 성적이 안 나면 기대감은 잠시이고, 곧바로 비난 세례를 받을 수 있다. 걱정 안 되냐는 질문에 그는 "그런 압박에 무너지면 프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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