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SC, 야구 세계화 미명에 일본 들러리 전락 위기

쿠바 야구대표팀의 미구엘 보로토(BORROTO Miguel) 감독과 한국야구대표팀의 김경문 감독, 호주 야구대표팀의 데이브 닐슨(NILSSON David) 감독, 캐나다 야구대표팀의 어니 휘트(WHITT Ernie) 감독 등이 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2019 WBSC 프리미어 12’ 그룹 C조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인사하고있다.

야구의 세계화는 왜 어려울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야구 세계화를 위해 프리미어12를 창설했다고 주장했다. 실상 프리미어12는 이른바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국가대표 야구팀을 운영하는 일본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사무라이 재팬을 출범하면서 1년에 몇 번 이상 대표팀 경기를 반드시 치르는 등의 조건으로 후원 계약을 체결했다. 메이저리그 올스타를 초청하거나 프리미어12 등을 국제대회로 개최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경제력이 없는 WBSC 입장에서는 일본이라는 커다란 후원사가 먼저 나서 국제대회에 도움을 주겠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필요충분조건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

정작 종주국 미국에서는 떨떠름한 반응이다. 야구 대표팀에 대한 한국 내 인기도 비슷하다. 일본과 달리 뜨거운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구대표팀의 허경민, 최정, 황재균 등이 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2019 WBSC 프리미어 12 호주전을 대비해 수비 훈련을 소화하고있다.

야구는 로컬이 기반이다. 홈과 원정팀이 공평하게 공격과 수비를 반복해 어느 쪽이 더 많은 집(홈)을 차지하느냐로 승부가 갈린다. 뉴욕, 보스턴, LA 등 지명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일종의 ‘땅따먹기 게임’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뉴욕이 보스턴을 격파하고 진군을 이어갔다’거나 ‘워싱턴이 미국을 통일했다’는 식의 미국 현지 보도는 아메리카 대륙 개척시대를 보는 듯 하다. 같은 동부지역이어도 영국과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 등 유럽 어느 민족이 지배하는지에 따라 전쟁과 수교를 반복했다.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했지만, 자이언츠가 뉴욕에 있을 때 해당 지역은 네덜란드 인들이 개척한 곳이었다. 팀명을 자이언츠로 지은 이유다. 다소 비약이 있을 수 있지만, 태생적으로 지역 로열티가 강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한국도 동서 갈등 등을 십분 이용해 프로야구를 창단했다. 프로야구가 정치적 수단으로 선정된 데에는 지역주의가 폭발할 수 있는 종목 특성이 반영된 셈이다.

상황이 이러니 세계화가 더딜 수밖에 없다. 유럽은 이미 축구로 전쟁 중인데, 소위 ‘땅따먹기’식 침략전쟁에는 별 관심이 없다. 나치즘이 얼마나 야만적인 행위였는지를 독일이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지역주의를 전면에 내건 스포츠는 별 관심을 얻지 못한다. 야구의 세계화는 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 선풍적 인기를 얻어야 가능하다. 동남아시아도 길고 지루한 야구에 정서적으로 큰 감흥을 얻지 못한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전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체주의 성향을 버리지 못한 일본만 대표팀 별칭을 ‘사무라이’로 선정하면서까지 세계 진출을 노래하는 것과 대비된다.

WBSC가 원하는 세계화를 이끌어내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호주나 중국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금액과 시간을 투자해 야구를 하도록 만들었다. 국제대회 개최가 아닌, 야구 불모지에 적극적인 투자로 강제 세계화를 이끌어내지 않으면 요원할 수밖에 없다. 야구가 ‘그들만의 전유물’에 그치지 않으려면 WBSC도 눈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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