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포기 못한 ‘돈’…폭염쯤이야 참아

ㆍ40도 오르내리는 7~8월 도쿄…올림픽, 왜 딱 1년 뒤로 미뤘나
ㆍIOC·NBC·후원사들이 원한 카드
ㆍ윔블던 테니스·투르 드 프랑스 등 6~7개 주요 국제대회 봄에 열려
ㆍ흥행 고려, 스타들 올 수 있게 택일…수영·승마 등 봄 개막 요청에 ‘NO’


2019년 8월, 일본 도쿄의 낮 최고기온은 34~35도를 오르내렸다. 8월 평균 습도는 78%나 됐다. 기상청의 열지수 산출표에 따르면 기온이 35도일 때 습도가 80%라면 사람이 실제 느끼는 기온이라고 할 수 있는 열지수는 56.5도나 된다. 기상청은 열지수 54도 이상일 때 ‘보통 사람이 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열사·일사병 위험이 매우 높음’이라고 경고한다.

1년 연기된 도쿄 올림픽의 개막일이 2021년 7월23일로 결정됐다. 금요일 밤 개막식을 위해 종전 날짜(7월24일)에서 하루만 당겼다. 코로나19 위험은 피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지적돼 온 고온다습·불쾌 올림픽은 그대로다. 결정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수영, 탁구, 승마, 철인3종경기 등은 도쿄 올림픽의 ‘봄 개막’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승마와 철인3종경기는 고온다습 날씨에는 경기력 하락을 넘어 위험할 수도 있다. 승마는 말이 견디기 어렵다. 물론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영의 경우 후쿠시마 세계선수권대회가 7월16일~8월1일에 예정돼 있었고 육상 세계선수권대회는 미국 유진에서 8월6일부터 15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하계올림픽국제연맹연합(ASOIF)의 프란체스코 리키 비티 회장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몇몇 단체들이 봄 개막을 강력하게 주장했지만 ‘노(No)’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며 “윔블던, 투르 드 프랑스 등도 중요한 대회다. 봄 개막을 할 경우 6~7개의 주요 프로종목 선수들이 참가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타플레이어들의 불참은 올림픽의 흥행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국제육상연맹, 수영연맹 등이 일정 조정을 제안하면서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육상연맹은 아예 2022년으로 대회를 미루는 것을 고려 중이다.

도쿄 올림픽의 여름 개최는 IOC가 가장 바라던 결과이기도 하다. 테니스, 골프, 농구, 축구 등 인기 스포츠의 세계적 스타들이 참가할 수 있다. 경기장을 찾는 관객보다는 TV 앞으로 팬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카드다. IOC는 전 세계를 상대로 판매한 올림픽 중계권료 57억달러(약 6조9500억원) 중 73%(약 5조750억원)를 갖는다.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NBC 입장에서도 가장 만족스러운 카드다. 중계권료만 14억5000만달러(약 1조7680억원)를 지급한 NBC로서는 한여름이 아니면 다른 주요 스포츠와 중계 일정이 겹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주요 슈퍼스타들이 빠진다면 시청률이 떨어져 손해가 크다.

뉴욕타임스는 ‘IOC 주요 후원사들에도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불황이나 다름없다.

코카콜라, 삼성전자 등 주요 후원기업들로서도 최악의 경기 속에 올림픽을 치르는 것보다는 경제가 조금이라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내년 여름이 홍보에 조금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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