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는 왜 한국 프로야구 '빠던'에 열광하나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이 한국 프로야구에 대해 소개한 내용이다. 이 신문이 언급한 쇼맨십은 이른바 ‘빠던’(빠따 던지기)로 불리는 ‘배트 플립’을 의미한다.
배트 플립은 타자가 홈런을 치고 나서 배트를 멀리 던지는 세리머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선 익숙한 장면이지만 미국에선 다르다. 상대 투수를 자극하거나 무시하는 행동으로 받아들인다. 위협구 등 보복행위가 어김없이 나온다.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런타자 호세 바티스타는 2015년 포스트시즌 텍사스 레인저스와 경기에서 홈런을 치고 나서 배트를 시원하게 집어던졌다. 텍사스는 곧바로 다음 타석에서 바티스타에게 위협구를 던졌고 이내 양 팀 선수 간 난투극이 펼쳐졌다.
그런데 정작 미국 야구팬들은 메이저리그에서 금기시되는 배트 플립에 열광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느낄 수 없는 선수들의 솔직한 감정 표현에 짜릿함을 느끼는 분위기다. 심지어 한국 프로야구를 생중계하는 미국 스포츠전문채널은 ESPN은 경기 자체 보다 배트 플립에 더 주목한다.
지난 5일 NC 대 삼성의 KBO리그 개막전 생중계 때 NC 내야수 모창민이 홈런을 치고 배트를 멀리 던지자 “드디어 2020시즌 KBO리그 첫 배트 플립이 나왔다”고 환호했다. ESPN은 4년 전에도 한국의 ‘빠던’ 문화를 취재해 자세히 소개한 바 있다.
‘빠던’에 대한 열광적인 반응은 반대로 얘기하면 메이저리그가 자국 팬들의 바람에 역행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통과 관행에만 집착하다보니 선수들의 솔직한 감정 표현을 억압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한 중남미 출신 타자들은 홈런을 치고 나서 마음껏 배트를 집어던졌다. 선수들은 눈치를 보지 않고 꾹꾹 눌러뒀던 흥을 마음껏 발산했다. 메이저리그 경기였다면 상상도 못할 행동이었다. 그 결과 엄숙하기만 했던 야구가 더욱 역동적으로 바뀌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빠던’을 옹호하는 선수들이 많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인 브라이스 하퍼는 “야구계에 만연해있는 엄숙주의를 바꾸겠다”며 “대표적인 예가 배트 플립을 죄악시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미국의 ‘빠던’ 열풍은 코로나19라는 특별한 상황이 만든 일시적 기현상일 수 있다. 계기가 어떻든 한국 야구가 야구 종주국인 미국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프로스포츠를 재개한 한국이 야구에서도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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