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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컬슨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보헤미안 0 476 0 0



[골프 오딧세이-56] 나는 필 미컬슨을 보면 세 번 놀란다.

50세 나이에도 그렇게 골프를 잘 치는 데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지천명(知天命) 나이에 하늘의 명을 깨달은 것일까.

근육이 정점을 넘었을 텐데 300야드 넘게 뿜어져 나오는 장타의 원천은 뭘까. 그의 파워 히터에 또 한 번 놀란다.

환상적인 샷을 구사하는 그의 왼손 스킬은 오른손잡이인 나에겐 경이로움 그 자체다. 그를 보면 왼손잡이에 대한 나의 편견이 산산이 부서진다. 당대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5)와 대적한 선수가 미컬슨 말고 누가 있는가.

지난달 27일 미국 미주리주 오자크스내셔널(파71)에서 열린 PGA 챔피언스 투어 마지막 날 5번홀. 전장 352야드(약 321m) 홀에서 미컬슨은 드라이버를 힘껏 휘둘러 그대로 공을 그린에 올렸다.

10m 퍼팅으로 이글을 잡은 그는 50세 이상 시니어 무대인 이 대회에 첫 출전해 우승과 함께 우리 돈 5억원을 손에 쥐었다. 3라운드 22언더파로 챔피언스 투어 최저 타이(역대 5명)를 기록한 가공할 실력이다.

이날 미컬슨은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324야드, 페어웨이 안착률 87%, 홀당 퍼트 수 1.7개로 필드를 지배했다. 미컬슨과 동갑내기로 올해 챔피언스 투어에 합류한 최경주는 공동 7위를 기록했다.

지난 8월 초에 PGA 투어 월드골프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미컬슨은 앞으로 현역과 시니어 무대에서 함께 활동한다. 그는 이 대회에서 저스틴 토머스(27), 브룩스 켑카(30) 등 쟁쟁한 현역들과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경쟁했다.

미컬슨이 미국에서 태어났기에 망정이지 한국인이었다면 골프 영웅으로 성공했을까. 왼손잡이 골퍼에게 국내 골프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

 


"실내연습장에서 혼자 면벽 연습하는 외로움, 인도어 맨 마지막 타석에서 불안하게 그물망을 향해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게 불편하죠. 무엇보다 클럽을 구하기 어려워요.."

왼손잡이인데도 7년간 오른손으로 골프를 하다가 다시 왼손으로 전환해 13년을 이어온 어느 아마추어 골퍼의 인터넷 후기다.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1998년 그는 왼손 골프채를 구하기 어려운 데다 고가여서 지인이 준 오른손 클럽을 받아 입문했다.

어린 시절 탁구선수로 활동하고 각종 구기운동에도 두각을 드러낸 그는 골프 입문 2년 만에 90대, 3년 만에 80대 타수로 진입했다. 하지만 늘 왼손으로 더 잘할 수 있겠다는 미련을 품고 있었고 간혹 스코어가 저조하면 후회와 회한이 밀려왔다고 한다.

그가 왼손으로 다시 바꾼 결정적인 계기는 고수인 정형외과 의사와 동반 라운드를 하면서. 오른손으로 샷을 하다 왼손으로 퍼트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의사가 왼손잡이라면 아예 왼손 골퍼로 돌아갈 것을 조언했다.

왼손잡이 골격과 근육은 오른손잡이와 완전히 다르게 발달해 오른손으로 골프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었다. 정형외과적으로 오른손으로 잘 칠 수 없는 데다 부상 위험까지 있다는 경고마저 더해졌다.

그는 왼손으로 바꾼 이유를 쉬운 예로 설명했다. 왼손잡이가 10m 앞에 놓인 깡통을 서너 번 만에 공으로 맞히는데 오른손으론 좀체 왼손만큼 맞히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내에게 간신히 보조받고 비자금도 털어 왼손 클럽을 구입한 그는 1년 만에 80대에 진입했고 생애 처음으로 싱글 타수를 기록했다. 오른손 라이프 베스트는 81이었다고 한다.

왼손으로 바꾼 후 혼자 연습했는데도 구력 덕분인지 낯설지 않았고 오른손으로 칠 때보다 심적으로 훨씬 안정됐다. 롱게임보다 숏게임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었고 이후 즐기는 골프 인생에 합류했단다.

오랜 동반자들이 잘 받아주고 자신도 군더더기 없는 진행으로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애쓴다고 한다. "평생 골프를 할 생각이면 왼손잡이 골퍼로 돌아가라"는 의사 조언을 오른손으로 골프를 하는 왼손잡이 골퍼에게 전하고 싶다며 글을 맺었다. 잔잔한 감동이다.

나도 얼마 전 왼손잡이와 골프를 한 적이 있다. 일단 특이했다. 우린 카트를 뒤에 두고 티샷하는데 그는 우리와 마주한 채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게 아닌가.

거꾸로 카트를 마주하고 티샷할 때 그는 엉덩이를 우리 쪽으로 내밀고 스윙해 시선이 약간 어지러웠다. 우리와 그는 드로와 페이드, 훅과 슬라이스 등에서 모두 반대였다.

캐디도 슬라이스 홀을 공지하면서 "고객님은 훅을 조심하세요"라고 부연설명했다. 골프를 끝내고 식사 자리에서 그는 왼손잡이 골퍼의 고충을 토로했다.

일단 동반자들을 헷갈리게 할까 봐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골프가 멘탈 게임인데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언급한 대로 매장에서 클럽을 구하기 힘들고 대형 골프용품업체 본사 매장에서 고가로 사야 하는 고충이 있다. 요즘엔 인터넷에서 필요한 클럽을 구매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연습장에서 가장 애로를 겪는다. 왼손잡이가 드물어 항상 타석 맨 끝에 위치해 시원한 샷을 날리지 못한다. 연습장 가운데 타석에서 호쾌하게 그물망을 향해 공을 날려보고 싶은 맘 간절하다.


레슨받을 때는 교습가도 어려워한다. 오른손잡이 골퍼들만 레슨하다가 마주보고 왼손잡이를 가르치면서 교습가들도 첨엔 어리둥절하다.

운동선수 출신으로 프로야구 이승엽(44)이 왼손잡이 골퍼다. 2003년 주위 권유로 입문할 당시 왼손으로 시작했다가 야구에 지장 있을까 봐 2008년 오른손으로 바꿨다.

2013년 야구인골프대회에서 다시 왼손으로 돌아온 그는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사용하는 '스위치 골퍼'로 2017년 은퇴 이후 70대 타수를 기록할 만큼 기량도 뛰어나다.

"왼손잡이가 어드레스를 취할 때 카트 도로가 눈에 많이 들어와요. 페이드 구질인데 도로를 향해 공이 자주 날아가 곤란을 겪죠."

유명 야구선수 출신인 박노준 안양대 총장(58)의 말이다. 그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70m 정도로 장타자다. 파워 히터인 관계로 매년 드라이버를 교체하는데 인터넷 직구를 한다고 한다.

나의 직장 선배는 오른손으로 입문해 홀인원과 싱글 타수를 기록한 후 왼손으로 전환해 역시 홀인원과 싱글 타수로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프로선수로는 버바 왓슨(42), 브라이언 하먼(33), 마이크 위어(50)도 왼손잡이다. 국내에선 왼손잡이 프로선수는 KPGA 회원 6400여 명 가운데 한 명도 없다.

프로지망 엘리트 선수 중에는 이승찬(20·한국체대)이 유일하고 KLPGA 회원 2500여 명 가운데는 2부 투어에서 활동한 정이연(29) 정도다. 왼손잡이도 골프에 입문하면서 대부분 오른손잡이로 바꾼다.

"오른손으로 골프를 하다가 왼손으로 바꾸는 초기에 7번 아이언으로 몇 번 연습하면 감각이 금방 돌아옵니다. 평생에 걸쳐 골프를 즐기려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스포츠의학 전문가인 오재근 한국체대 교수는 왼손 전환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한다. 근육과 골격 측면뿐만 아니라 골프장 벙커나 해저드 등도 주로 오른손잡이를 겨냥해 설계했기 때문이다.


● 다른 종목 왼손잡이에 유리하나

스포츠에서 왼손잡이가 유리한 경우도 있다. 농구에서 왼손잡이는 괜찮은 선택이다. 오른손잡이의 레이업과 슈팅, 드리블에 익숙한 상대 선수가 왼손잡이를 만나며 방향과 각도에서 순간 혼선을 빚는다.

"만약 내가 오른손잡이라면 현재의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왼손잡이의 독특한 특성이 있어 우리를 막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8~2019시즌 미국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의 에이스로 득점왕에 오른 제임스 하든(31)의 말이다.

야구도 좌타수와 좌완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 왼손 타자는 공을 때리고 몸이 자동으로 1루로 향해 출루 성공률이 높다. 반면 대부분 우완에 익숙한 타자들은 좌완을 만나면 일시적으로 불안한 데다 공이 빠르기까지 하면 상대하기 더 까다롭다.

영국 맨체스터대는 일대일로 맞붙는 경기에서 왼손잡이가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남자 왼손잡이 권투선수의 승률은 52.4%, 여자는 54.5%에 달했다. 종합격투기 승률은 53.5%였다.

펜싱 선수 중 33%가 왼손잡이다. 1979년부터 세계대회 4강에오른 선수 중 50%가 왼손잡이였다는 프랑스 몽펠리에대의 연구 결과도 있다.

씨름도 샅바 특성 때문에 왼손잡이가 유리하다. 씨름에선 샅바를 허리와 오른 다리에 둘러 묶기 때문에 상대는 자연히 왼손으로 다리 샅바를 잡는다. 왼손잡이가 상대를 제치기 훨씬 쉽다.

양궁에서도 왼손잡이 활약이 눈길을 끈다. 골프처럼 장비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인데 작년 여자중등부 양궁선수권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한 최혜미(14·밀양여중)도 사실 왼손잡이다.

왼손잡이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10% 정도이며 한국은 5% 선이다. 일부 유전적 성향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때론 세상이 뒤집어진다고

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

모두가 똑 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

그런 눈으로 욕하지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패닉, '왼손잡이' 가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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