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섐보 효과…PGA 너도나도 장타 열풍

"일단 멀리치고 보자" 분위기
330야드 이상 치는 선수 10명

디섐보 US오픈 우승 계기로
몸 만들기·장타·퍼팅 등 분석
"골프의 미래 될 것" 평가도

몸무게를 20㎏ 늘려 장타자로 거듭난 브라이슨 디섐보가 US오픈에서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하자 `골프의 미래`로 평가받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AFP = 연합뉴스]

아직 2개 대회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20~2021시즌 장타 랭킹에서 평균 300야드 이상을 치는 선수는 무려 182명에 이른다. 310야드 이상은 88명에 달하고 320야드 이상도 30명이나 된다. 지난 시즌 장타왕 브라이슨 디섐보(미국)보다 멀리 치는 선수도 17명이나 된다. 장타 랭킹 톱10 선수 모두 330야드 이상을 날린다.

이런 '묻지마 장타 열풍'의 진원지는 바로 디섐보다.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체중을 20㎏ 불려 장타왕으로 거듭난 디섐보가 승승장구하자 너도나도 일단 멀리 치고 보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디섐보의 US오픈 우승은 이런 열풍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선수들의 고통을 즐기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어렵게 코스를 세팅하는 US오픈의 우승 방정식을 디섐보가 제대로 풀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작년만 해도 디섐보 정도는 경쟁자로도 생각하지 않았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조차 디섐보가 예전 US오픈 챔피언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승했다고 평가했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도 일단 멀리 쳐 놓고 짧은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하면 깊은 러프도 무용지물이 된다는 사실을 디섐보가 제대로 증명해 낸 것이다.

디섐보 본인는 한술 더 떠 오는 11월 열리는 마스터스에서는 체중을 111㎏까지 불리고 48인치 드라이버 사용도 고려해 보겠다고 했다. 현재 45.75인치 드라이버를 쓰는 그는 48인치 드라이버를 쓰게 되면 "360야드에서 370야드를 날릴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골프 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는 디섐보의 장타에만 몰입해 그의 퍼팅 능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이번 US오픈 우승도 장타뿐 아니라 18위에 오른 스트로크 게인드 퍼팅 실력이 받쳐 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한 전문가는 "누군가에게 처음 퍼팅 방법을 가르친다면 디섐보 방식을 가장 빠르게 이해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퍼팅하는 모습이 많이 경직돼 보이지만 왼팔에 퍼터 샤프트를 착 붙이고 하는 그의 퍼팅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도 분석했다. 라인을 읽은 뒤 그저 거리에 맞춰서 어깨만 움직여 주면 되는 초간단 퍼팅 방식이라는 것이다.

디섐보가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심지어 '골프의 미래'를 봤다는 전문가들도 나오고 있다.

골프 채널 분석가인 브랜들 챔블리는 "미래가 방금 일어났다. (현대 골프는) 디섐보 전후로 나뉠 것"이라며 "이 대회(US오픈)가 결국 경기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 만약 이런 상황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당신은 뒤처지게 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PGA 12승을 거둔 저스틴 레너드는 디섐보 효과가 곧바로 그리고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레너드는 "이번 US오픈은 현대 골퍼와 현대화된 클래식 코스의 대결이었다"며 "골프장을 바라보는 모든 선수들 시각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주장했다.

디섐보 이전에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선수가 있다. '골프 전설' 샘 스니드(1912~2005)는 장타에 관한 한 혁신가였다. 그가 활약하던 시절 경쟁자였던 바이런 넬슨(1912~2006), 벤 호건(1912~1997)과는 전혀 다르게 홀을 공략했다. 넬슨이나 호건이 '정확성'을 무기로 당대를 풍미했다면, 스니드는 공이 러프로 가더라도 일단 멀리 치는 '장타'가 중요하다고 봤다. 당시에는 스니드의 홀 공략을 무식하다고 본 전문가가 많았지만 결국 그는 PGA투어 최다승(82승)을 기록하며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당시에는 광인 취급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지금 스니드는 골프 혁신가 중 한 명으로 칭송받고 있다.

그로부터 100년쯤 지난 지금 세계 골프계는 또 다른 혁신가 등장에 열광하고 있다. 과연 디섐보 효과가 골프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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