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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고유민 모친이 밝히는 속사정... "내가 구단주를 고소한 이유"

"자식은 하나같이 다 소중하지만, 유민이는 특히 안쓰러웠던 아이였어요. 어릴 때부터 투정 한 번 안 부리고 동생들을 돌봐 온 아이였으니까요."

5개월 전 이제 막 세상을 향해 날갯짓을 시작한 스물 다섯살 딸이 세상을 떠났다. 홀어머니 밑에서 두 동생을 보살핀 든든한 맏딸. 어려운 환경에서도 프로 배구선수의 꿈을 꺾지 않았던 자랑스러운 딸.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에서 뛰었던 고(故) 고유민 선수다.
 

고유민, 어려운 집안의 속 깊은 딸



고 선수의 어머니 권미정(50)씨는 이제 볼 수 없는 맏딸만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힌다. 살아 생전 딸에게 기대기만 했지, 정작 딸이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돼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권씨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하느라 집을 비운 시간이 많았다.

그런 환경에서 고 선수는 중학생 시절부터 집안 일을 도맡은 '또 한 명의 가장'이었다. 운동에만 집중해도 부족했을 시기였지만,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엄마를 챙긴 속 깊은 딸이었다. 복지재단 지원금을 받으며 열심히 운동해 프로선수로 성장한 고 선수는 어머니 권씨의 자랑이었다.

딸이 세상을 떠난 뒤 권씨는 10㎏ 가까이 살이 빠졌다. 매일 복용하는 우울증약으로 하루에 겨우 2시간 쪽잠을 잔다. 포항시청 관제센터 모니터요원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권씨는 "눈은 모니터를 향해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딸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고 선수는 2013년 현대건설 배구단에 입단해 7년 동안 레프트(왼쪽 사이드에서 공격하는 선수)로 활약했다. 그러다 올해 7월 경기 광주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발생 당시에는 고 선수가 인터넷의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됐다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유가족 측이 "고 선수가 구단의 이적 약속에 속아 계약해지를 한 뒤 임의탈퇴(원 구단 동의가 없으면 타팀 이적이 불가능한 은퇴) 공시가 됐고, 이를 비관해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하며 구단 책임설이 강하게 제기됐다. 고 선수의 정확한 사망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경북 포항시 자택에서 만난 어머니 권씨는 "유민이는 꿈 많고 항상 긍정적인 아이였다"면서 "숨지기 한 달 전 항공사 승무원 자격증을 따며 제2의 인생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씨는 "방치와 따돌림, 사기극으로 딸을 죽음까지 몰고 간 구단에 책임을 묻고 싶다"고 호소했다.
 

어머니 "악성 댓글은 사망 원인 아니다"

지난 7월 숨진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소속 고유민 선수가 지난 2월 12일 경기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와의 경기에 출전했다. 연합뉴스.

어머니가 주장하는 구단 관련 의혹은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종로경찰서는 박동욱 현대건설 배구단 전 구단주를 사기, 업무방해, 사자명예훼손,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구단 전·현직 사무국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데 이어, 고 선수의 동료 선수와 감독의 진술 등을 토대로 구단 측의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권씨는 경찰 수사 진행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권씨가 8월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경찰은 아직 한 차례도 박 전 구단주(피고소인)를 소환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씨는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유족의 마음은 타들어가는 심정"이라며 "구단주는 이미 사임을 했고, 4월이면 감독도 계약이 끝난다. 수사가 신속하게 끝나지 않는다면 이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도 않은 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는 셈"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권씨는 알려졌던 것과 달리 고 선수의 사망은 악성 댓글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권씨는 "(프로선수가 될 때까지) 그 힘든 생활을 겪어온 아이인데 악성 댓글로 목숨 끊을 애가 아니다"라며 "댓글 때문에 힘들어 하기는 했어도 댓글이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2018년부터 딸이 불면증을 호소하며 수면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는데, 이후 체계적인 치료 없이 소속팀으로 부당한 대우를 당하며 쌓인 우울증세가 결국 터져 비극적인 결과에 이르렀다는 게 어머니 권씨의 주장이다.

지난 6월 고유민 선수가 승무원 학원을 다니며 자격증을 취득했다며 어머니에게 보낸 메시지. 카카오톡 캡쳐

권씨는 딸이 죽기 직전까지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며 제2의 인생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구단이 트레이드를 해주겠다는 기존의 약속을 어긴 채 임의탈퇴를 공시한 상황에서, 고 선수는 이를 오히려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이겨내려 했다는 게 권씨 이야기다. 고 선수는 5월 1일 구단으로부터 일방적으로 임의탈퇴 통보를 받은 뒤, 항공 승무원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권씨는 "임의탈퇴 후 유민이가 승무원 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며 "아예 배구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도 새로운 인생을 살려고 자기 딴에는 노력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씨에 따르면 고 선수는 6월 제2의 인생을 준비하면서도 실업팀 입단 방법을 알아보는 등 배구를 끝까지 놓지 않으려 하기도 했다. 임의탈퇴 조치로 프로로서의 선수 생명 연장이 어려워지자, 고 선수가 평소 친분이 있던 실업팀 감독에게 먼저 연락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한국일보가 입수한 고 선수와 실업팀 A 감독의 카카오톡 대화록에 따르면, 고 선수는 실업팀에서라도 배구선수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고유민 선수가 실업팀 감독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 캡쳐사진. 임의탈퇴가 공시된 상황에서 실업팀에서라도 배구선수로 활동하려 했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우태경 기자.
 

"구단, 해결책 제시 않고 사태 방치하기만"



권씨는 이렇듯 강한 의지를 보였던 딸이 결국 극단적 선택을 택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구단 측의 부실한 선수 관리와 한순간에 선수 생명을 갉아먹는 임의탈퇴 제도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일 연락을 주고 받는 등 모녀 사이가 각별했던 터라, 권씨는 2018년 이후 팀내에서의 딸의 불안한 처지를 생생히 기억한다고 주장했다. 권씨는 "일부 코치진이 일부러 유민이 앞에서 다른 포지션 선수가 유민이 포지션을 연습하도록 해 그걸 지켜보게 하거나, 살을 빼라고 해놓고 막상 빼고 있으면 예뻐 보이려 하냐고 비웃었다고 한다"며 "자신감도 잃고 무시당하고 눈치만 보다 보니 불면에 시달리며 모든 게 엉망이 됐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 스트레스로 인한 고 선수의 불면증은 갈수록 더 심해졌다. 고 선수는 2018년 7월 처음 수면제를 복용했는데, 8월말부터는 하루에 12알을 복용해야만 잠에 들 수 있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권씨가 구단에 이를 알렸지만, 구단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권씨는 "당시 구단 관계자가 '아직 팀에 심리 상담 시스템이 없다고 해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며 "유민이가 무릎이 아프다고 몇 번을 얘기했는데 치료를 안 해줬던 구단이라 그냥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구단 측이 선수가 훈련에 집중할 수 없는 '원인' 해결은 뒷전인 채, "성과가 좋지 않다"며 '결과'에만 집착했다는 것이 권씨의 주장이다.

현대건설 배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 선수가 시즌 중이던 지난 2월 무단으로 팀을 이탈했고, 이후 본인 의사를 확인해 상호 합의 하에 계약해지 및 임의탈퇴 공시를 했다"며 "트레이드도 다른 팀에서 원해야 가능하니, 몸이 준비되면 언제든 연락 달라고도 했다"고 해명했다. 고씨의 수면제 복용 사실과 관련해서는 "당시에는 전문적 심리 치료 지원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이번 사건을 계기로 8월에 선수 전원 상담을 진행했고, 이후 개별 지원 시스템을 갖췄다"며 "구단 관계자 전원이 이번 일에 내부적으로 굉장히 슬프고 애통했으며,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고 전했다.

어머니 권씨가 기록해뒀던 고유민 선수가 복용하던 수면제. 권씨에 따르면 고유민 선수는 2018년 7월부터 수면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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