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도 고개 숙이고 해요, 선수촌이 너무해

러시아 남자배구 대표팀 아르템 볼비치(31·제니트 카잔)는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목을 가로 방향으로 숙인 어정쩡한 자세로 화장실에서 엄지를 치켜든 사진을 공개했다. 볼비치의 키는 212㎝. 그러자 팀 동료 야로슬라프 포들레스니흐(27·디나모 모스크바)도 화장실 천장에 머리가 닿아 움직이지 못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포들레스니흐의 키는 198㎝이다. 남자 테니스에서도 키 198㎝인 카렌 하차노프(25·러시아)가 화장실 천장에 정수리가 닿아 당황한 모습의 사진을 공개했다. 샤워할 때마다 허리를 내내 숙여야 하는 처지가 된 이들은 올림픽 기간 코로나 방역뿐만 아니라 목뼈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게 됐다.

일본어투성이 시설물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선수도 있다. 테니스 여자 복식에 나서는 가브리엘라 다브로프스키(29·캐나다)는 선수촌 에어컨 리모컨에 온통 일본어만 적혀있어 무더위에도 에어컨을 켤 수가 없다며 소셜미디어에 “도와줘(Help)”라고 올렸다.

도쿄만에 인접한 하루미 지역에 있는 선수촌은 올림픽이 끝나면 일반인에게 아파트로 분양될 예정이다. 그 결과 일본인들만 고려해 지은 건조물이라 장신 선수들을 전혀 배려하지 못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일본 아파트에선 별도로 제작한 조립식 욕실 ‘유닛 배스(unit bath)’를 따로 설치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라 거실보다 화장실의 층고가 더 낮다.

선수촌의 골판지 침대도 계속해서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침대(길이 210㎝, 폭 90㎝)가 일반적인 싱글 사이즈보다도 작아 엘렌 페레즈(호주·테니스)는 “자다가 굴러 떨어져 다칠 것 같다”고 했고, 2016 리우 올림픽 육상 남자 5000m달리기 은메달리스트 폴 첼리모(미국)는 “누가 자다가 오줌 실수라도 하면 침대가 젖어서 무너질 것 같다. 그만큼 취약해 보여 불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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