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게는 질수 없다는 의지, 8강행을 확정하다

5세트 12-14. 패배를 눈앞에 두고 대한민국 여자배구가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그 것도 상대는 일본이었다. 최근 두 나라의 관계는 유난히 껄끄러웠다. 불행한 역사까지 더해져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다른 나라는 몰라도 일본만은’이라는 정서를 가지고 31일 여자배구 한일전을 응원했다.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벌어진 2020도쿄올림픽 여자배구 조별리그 A조 4차전에서 대한민국은 일본을 세트스코어 3-2(25-19 19-25 25-22 15-25 16-14)로 뿌리치고 바라던 8강행 진출을 확정했다.

“가위 바위 보도 지면 안 되는데 배구는 더욱 지면 안 된다”는 박정아의 말은 모든 국민들의 정서를 대변했다. 그래서 승리는 더욱 통쾌했다. 공격이 잘 터지지 않아 선발에서 제외됐던 박정아는 3세트 19-20에서 등장해 귀중한 밀어 넣기와 블로킹으로 경기의 흐름을 돌렸다. 1세트는 4-3에서 선발로 깜짝 투입된 상대 하야시 고토나의 공격을 2차례 연속 차단하며 초반 주도권을 잡게 만들었다. 2016리우올림픽 8강전 실패 이후 많은 트라우마를 가슴에 품고 있던 박정아의 올림픽 한풀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진출처 | 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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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5세트. 레프트에서 이시카와 마유의 공격이 터지며 12-14 매치포인트에 몰렸다. 또 다시 박정아가 등장했다. 신장이 작은 일본은 유난히 박정아를 버거워했다. 이미 30득점을 기록하며 체력이 떨어진 김연경이 후위에 있어 사용할 공격옵션도 많지 않았다. 해결사는 박정아 뿐이었다. 레프트에서 2차례 연속 천금같은 공격을 성공시키며 듀스로 이끌었다.

일본은 조급해졌다. 2세트 이후 변칙적이고 다양한 공격으로 우리를 괴롭혔던 일본도 전위의 이시카와에게 공을 거듭 올리며 경기를 끝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우리 수비가 버텼다. 이시카와의 공격이 아웃되면서 우리가 먼저 매치포인트에 올랐다. 그리고 박정아가 레프트에서 상대 블로커의 터치아웃 공격을 성공시키며 경기를 마감했다. 29일 도미니카공화국 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 클러치득점이다. 일본에 공격 63-71, 서브 1-2로 뒤졌지만 블로킹 14-10의 우위와 일본에 져서는 안 된다는 뜨거운 의지와 절박함이 해피엔딩을 만들었다.

사진출처 | 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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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선수들은 승리확정 뒤 함께 코트를 빙빙 돌며 승리를 자축했다. 상대 세터 모미 아키와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았던 염혜선은 “처음으로 일본을 이겼다”며 경기 뒤 펑펑 울었다.

어느 때보다 많은 공격가담을 했던 김연경이 30득점(3블로킹, 32.81% 공격효율)으로 라스트댄스 무대를 8강까지 이어갔다. 박정아는 비록 11득점(4블로킹, 22.86% 공격효율)에 그쳤지만 중요한 순간에 가장 빛났다. 오지영과 김연경 이소영은 각각 37개, 28개, 23개의 디그로 일본의 공격을 버텨내며 경기를 팽팽하게 만들었다. 이로써 대한민국 여자배구는 1996애틀랜타 대회부터 시작해 올림픽 한일전에서 4승1패를 기록했다. 2012런던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한 것을 제외하고는 2004아테네, 2016리우 등 대회에서 모두 이겼다.

3승1패 승점7을 기록한 대한민국은 브라질(4승·승점11), 세르비아(3승1패·승점9)와 함께 8강행을 확정했다. 마지막 남은 한 장은 2일 벌어지는 일본(1승3패·승점4)-도미니카공화국(1승3패·승점5)의 맞대결에서 결판난다. 올림픽은 각 조의 1위가 상대 조의 4위와 경기를 하고 나머지 매치는 추첨으로 결정한다. 의도적인 져주기로 상대를 고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편 B조에서는 8강 진출 팀이 모두 가려졌다. 디펜딩챔피언 중국이 1승3패 승점4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이 충격적이다. 이탈리아(승점9), 러시아, 미국(이상 승점8)은 각각 3승1패를 기록했고 터키는 2승2패로 승점7이다. 올림픽은 승수와 승점이 같을 경우 세트득실률과 점수득실률로 순위를 결정한다. 중국은 2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4패의 아르헨티나를 3-0으로 이겨도 이긴 세트가 8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이미 9세트를 따낸 터키는 러시아에 0-3으로 패해도 세트득실률에서 중국에 앞서 8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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