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웰컴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는 팀 리더 프레드릭 쿠드롱, PBA 제공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3쿠션' 하면 자동으로 거론되는 네 명의 선수가 있다. 당구인들은 이들을 '4대천왕' 이라고 부른다.

그 중 세 명은 다니엘 산체스, 딕 야스퍼스, 토브욘 브롬달이다. 특히 토브욘 브롬달은 무려 45년간의 당구경력을 자랑하며 한국과도 연이 매우 깊다. 지난 2011년과 12년에는 수원 월드컵에서 2년 연속 금메달을 차지하기도 했다. 브롬달의 한국 사랑은 대단해서 대회가 없어도 종종 한국에 놀러와 당구클럽을 순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가장 왕성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4대천왕 중 한 명은 따로 있다.

지난 달 29일부터 후기리그를 개막해 뜨겁게 달리고 있는 PBA팀리그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고, 유일하게 팀의 외인 주장으로 활약하며 당구의 '보는 맛' 을 살려주는 선수다. 세계 3쿠션 4대천왕이라는 묵직한 타이틀을 가진 이 선수와, 다소 가볍고 스포티한 재미를 추구하는 PBA팀리그의 조합은 상당히 흥미롭다. 

지난 PBA팀리그 전기리그, 웰컴저축은행의 우승을 이끈 프레드릭 쿠드롱(53, 벨기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쿠드롱은 8살때 처음 큐대를 잡았다. 키가 간신히 당구대에 닿을만큼 자라자마자 시작된 '당구인생' 이었다. 그의 조국인 벨기에는 술집에 당구대가 흔히 있을 정도로 당구를 사랑하는 나라였고, 그의 아버지는 3쿠션 당구선수 출신이다. 

사진= 웰컴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는 팀 리더 프레드릭 쿠드롱ⓒ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이런 환경에서 자란 그는 20대 초반, 본격적으로 프로선수의 길을 걸었다. 첫 금메달은 1쿠션 유럽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획득했다. 이후 그는 온갖 월드컵과 유럽, 세계선수권 대회를 휩쓸며 금메달만 36개를 목에 걸었다. 또한 3쿠션 공식 경기 하이런 28점 대기록을 보유한 선수가 되었다. 

프로시절 초반, 그는 3쿠션뿐만 아니라 1쿠션과 보크라인에서도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다. 쿠드롱은 한 언론사와의 지난 해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20여년전 쯤, 선수생활 초반에 타 종목에서도 우승을 거뒀던 것이 (지금의) 나를 유명하게 만든 길인 것 같다" 고 밝히기도 했다. 

쿠드롱의 플레이스타일을 요약하자면 '세고 쿨한' 타입이다. 안 풀리는 수학문제도 남이 척척 풀면 쉬워보이는 것과 같다. 막상 마주하면 엄두도 나지 않는 난구를, 그는 즉석에서 풀어버린다. 그의 시원시원하고 빠른 플레이 성격상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많다. 워낙 실력이 빼어난 탓에 그의 1승보다 1패에 훨씬 시선이 몰리는 점까지 흥미롭다.

사진= 웰컴저축은행을 이끌고 있는 팀 리더 프레드릭 쿠드롱ⓒ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그는 "나는 공을 10초 이상 보지 않는다, 배치를 빠르게 파악하고 무엇을 해야하는지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라는 말 한 마디로 35년 당구경력을 그대로 일축했다.

물론 다른 스케줄을 짜려면 당구 일정으로 꽉 찬 캘린더에서 조율해야 한다는 그에게도 손에 꼽히는 '인생경기' 는 있었다. 그는 소속사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인생경기를 지난 2017년에 열린 세계 챔피언십 결승전으로 꼽았다. 당시 9이닝 40점, 애버리지가 4를 넘는 경기였다. 

쿠드롱은 "미래에도 여전히 지금과 같은 상태로 당구를 계속 하고 싶다, 이 상태로 10년 이상, 내가 60살이 넘어도 (당구를) 계속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며, "계속해서 PBA대회를 통해 점수를 얻으며 한국 팀리그에서 활약할 것이다" 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또한, "현재 리더로써 웰컴저축은행 팀을 계속 이끌고 있는데, 멋진 팀원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자랑스럽고 행복하다" 는 심경을 밝힌 쿠드롱의 말에는 현재 팀리그를 함께 이끄는 멤버들과, 궁극적으로는 당구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듬뿍 묻어있다. 

그의 바람대로, 백발 신사가 되어서도 계속 당구계에서 건재하게 군림하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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