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이 편파적? 과학은 판정을 내리지 않는다 

VAR 시스템은 결정권이 없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뿐이다.

VAR 시스템이 또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6월 26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사란스크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열린 포르투갈과 이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전에서 0-1로 뒤지던 이란이 후반 추가시간 페널티킥을 얻었다. 이란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의 머리를 떠난 볼이 포르투갈 수비수 세드릭 소아레스의 팔에 맞았다는 것. 주심은 VAR 판독을 통해 이를 페널티킥으로 선언했고 이란이 경기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었다.

박스 안 핸드볼 파울은 페널티킥으로 연결되는 상황이기에 VAR 판독 대상이 맞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는 핸드볼 파울이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했다. 세드릭과 아즈문은 등을 지고 붙어있었고 심지어 아즈문의 헤더는 세드릭이 볼 수 없는 머리 뒤에서 일어났다. 세드릭이 볼을 보고 고의적으로 팔을 댔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란이 있을 만했다. 아즈문의 머리와 세드릭의 팔은 채 20cm도 떨어져 있지 않아 보였다. 지난 20일 포르투갈 수비수 페페가 직접 발로 찬 볼이 손에 맞았던 상황은 VAR 판독조차 하지 않고 넘어갔던 전례가 있기에 이번 페널티킥은 오심에 가깝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러나 VAR 시스템을 향한 시선이 지나치게 부정적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VAR 시스템은 처음부터 '보조도구'였다. VAR은 판정을 내릴 힘도, 상황을 분석할 능력도 없다. 모든 판정은 주심에게서 나온다. 특히 핸드볼 파울과 관련해서 VAR을 '편파 판정 도구'으로 몰아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핸드볼 파울은 '볼이 손에 맞았다'는 그 상황 자체로 선언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규정에서도 핸드볼 파울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은 '고의성'이다. VAR 시스템은 그 고의성을 판단해 결론을 내리는 주체가 아니다. 그 핸드볼 장면을 더 자세히 보여주기만 할 뿐이다. 이후 판단은 주심이 한다. 판정 성향에 따라 똑같은 장면에서도 핸드볼을 선언하는 주심이 있고, 그렇지 않은 주심이 있다.

'논란이 될 만한 상황인데 VAR 판독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작정 'VAR 무용론'을 제시하는 것도 지나치다. VAR 시스템은 보조도구일 뿐이기 때문이다. 주심이 그 상황을 완벽하게 인지했다면 VAR 판독은 시행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지난 24일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 치차리토의 골 상황에 앞서 헥토르 에레라가 기성용의 다리를 찬 장면처럼 득점과 연관된 확실한 파울 장면임에도 VAR 판독을 진행하지 않았던 장면은 명백한 오심으로 논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오늘(26일) 열린 모로코와 스페인 경기 후반 35분 스페인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의 손에 볼이 맞은 장면은 이와 다르다. VAR 판독 없이도 피케가 팔을 몸에 붙이고 있었고, 볼이 피케의 어떤 부위에 맞았는지 심판진이 충분히 확인 가능한 위치였다. 결과적으로 VAR 판독이 진행됐다고 해도 판정이 번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큰 장면이었다.

'강팀에 유리하게 판정한다'는 시선도 지나친 일반화다. 이번 경기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이득을 본 쪽은 분명 '언더독' 이란이다. 오히려 VAR 판독은 자칫 지나칠 수 있었던 호날두의 가격 장면을 포착해 경고를 매기기도 했다. 우승후보 브라질의 슈퍼스타 네이마르의 '오버액션' 역시 VAR을 통해 포착된 바 있다.

결국 그 '보조도구'를 활용하는 심판의 문제다. 이번 대회에서 VAR 판독을 통해 번복된 판정이 한두 개가 아니다. 그렇다면 경기를 관장하는 주심이 얼마나 많은 오심을 저지르고 있었는지, VAR 시스템을 올바르게 활용할 능력이 있었는지를 따지는 게 먼저다. VAR 시스템이 없었다면 그만큼 더 많은 오심이 발생해 또 다른 논란을 만들고 '오심은 스포츠의 일부가 아니다 VAR 시스템이 도입됐어야 했다'는 주장이 빗발쳤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최종 결정은 과학이 아닌 사람이 한다. VAR은 주심에게 잘못된 판정을 강요한 적이 없다.(사진=포르투갈-이란전에서 VAR 심판진과 소통하는 주심, 스페인-모로코전 VAR 판독 장면)

출처 네이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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