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정찬헌(32)이 부상 이후 투구 방향을 두고 고민했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지난 시즌 트레이드로 키움에 온 정찬헌은 23경기(114⅓이닝) 9승 5패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했다. 부상 우려 때문에 6이닝과 투구수 100구라는 제한이 있었지만 두 가지 자물쇠를 달고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정찬헌은 “작년에는 6이닝과 100구 제한이 있었다. 올해는 둘 중 하나는 자물쇠를 풀지 않을까 싶다. 하나가 풀린다면 이닝이 풀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작년에도 투구수가 되는데 이닝을 가지 못하는 부분이 아쉬웠다. 올해는 (조)상우도 없고 (김)성민이도 군대에 갔기 때문에 선발투수가 얼마나 이닝을 끌어주느냐가 중요하다”라며 더 긴 이닝을 던지고 싶은 욕심을 드러냈다.

KBO리그는 올 시즌 스트라이크 존 확대를 예고했다. 송신영 투수코치는 “정찬헌은 지난 시즌 보셨다시피 윽박지르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내가 40살에 선발투수를 할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볼넷을 주는 것을 싫어했는데 그러다보니 오히려 안타를 많이 맞으며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스트라이크 존 코너를 노리자고 했는데 그 이후 다시 괜찮은 성적이 나왔다”라며 스트라이크 존 확대의 수혜자로 정찬헌을 꼽았다.

정찬헌은 “그동안 스트라이크 존이 좁아졌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할 것이다.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가 이나고 좋은 커맨드와 코스 공략을 활용해야하는 투수다. 나에게는 호재라고 생각한다. 올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수 있지 않을까 싶다.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을 잘 활용하면서 최대한 배트에서 미스가 나올 수 있게끔 던질 계획이다”라고 스트라이크 존 확대를 반겼다.

과거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였던 정찬헌은 여러 차례 부상을 당하면서 과거의 강속구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선발투수로 보직을 전환하면서 다시 한 번 부활하는데 성공했다.

“수술 이후 마운드에 설 수 없다면 옷을 벗을 생각도 했다”라며 수술 당시의 심경을 밝힌 정찬헌은 “수술 이후 ‘다시 그 때의 구위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140km 후반대의 공이 안나올 것 같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운드에 다시 오르기 위해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하나 고민을 했고 그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반전의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송신영 코치님과도 이 주제를 가지고 30~40분 정도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라고 말한 정찬헌은 “구위의 하락과 타자들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커맨드와 구종의 선택에 포커스를 뒀다고 하셨다. 어떻게 보면 나는 코치님보다 어린 나이에 같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타자를 상대하는 법과 마흔이라는 나이에 선발투수로 버틸 수 있었던 노하우 같은 것을 코치님께 많이 물어본다”라며 송신영 코치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수술에서 복귀한 이후 정찬헌은 자신의 길을 선발투수로 결정했다. “길게 던지고 오래 쉬어야하나, 짧게 던지고 격일제로 나가야하나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말한 정찬헌은 “2020년 스프링캠프 때 이미 선발투수를 하고 싶다고 마음을 정했다. 내 스스로도 내가 불펜투수로 매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격일제로 던지는 불펜투수는 팀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나 말고 다른 투수를 선발투수로 기용해도 되지만 2군에서라도 선발투수로 던지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선발제의를 받았을 때 바로 결정할 수 있었다”라고 선발투수로 마음을 굳힌 이유를 설명했다.

올 시즌 종료 후 FA를 앞두고 있는 정찬헌은 “수술 후에 항상 달고다니다시피했던 목표가 ‘부상없이 시즌을 완주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면서 똑같이 준비를 하고 있다. FA를 앞두고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이런 시간이 벌써 다가왔다. 색다르게 달라진 것은 없다. 하던대로 할 수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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