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레이션 마니아? 염경엽 의사결정, 감독 독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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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마니아? 염경엽 의사결정, 감독 독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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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경엽 SK 감독 ⓒ곽혜미 기자[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선수들이 휴식과 개인훈련을 하고 있었던 지난 1월. 적막한 경기장과 달리 SK 구단 사무실에서는 복잡한 시뮬레이션이 이뤄지고 있었다. 염경엽 신임 감독의 특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다.


염 감독은 여러 시뮬레이션을 의뢰했다. 막연한 감보다는 확실한 수치를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이 직접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구단 전문 인력을 활용했다. 최근 조직 체계를 재정비한 DATA 분석그룹에 몇 가지 부탁을 했다. 대표적인 것이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으로 홈런이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 “한동민이 2번에 있을 때, 고종욱을 2번에 넣었을 때 어느 쪽이 더 생산력이 높은가” 등이었다.


DATA 분석그룹은 통계기법을 총동원했다. 공인구 반발계수의 영향은 로지스틱 통계 분석 기법을 활용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비거리가 3m 감소한다고 가정하고, 2018시즌 모든 홈런타구의 홈런확률을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는 예상보다 충격적이었다. SK는 홈런이 20% 넘게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지난해 기준으로 40개가 넘는다. 타 팀도 15% 정도는 줄어들 것으로 나왔다.


SK는 2년 연속 200홈런 이상을 기록했다. 명실상부한 ‘홈런 군단’이다. 홈런이 줄면 팀 공격 생산력도 그에 비례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예상 수치를 확인한 염 감독도 전략을 가다듬었다. 염 감독은 “장점은 장점대로 살릴 것”이라면서도 “공인구 때문에 홈런이 많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그 부분을 세밀한 야구로 메우는 것이 관건”이라며 캠프를 떠났다.


타순 결정도 DATA 분석그룹의 도움을 받았다. 염 감독은 지난해 2번을 치던 한동민을 중심타순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한다. 5번을 치면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이다. 그러자니 2번에 마땅한 선수가 없었다. 정진기 등 몇몇 이상적인 후보가 있으나 아직은 확실한 카드가 아니다. 그 때문에 2번에 넣을 수 있는 선수로 고종욱을 점찍고 트레이드에 응했다.


‘고종욱 2번·한동민 5번’이 좋은지, 혹은 ‘한동민 2번·고종욱 9번’이 좋은지에 대해서 염 감독은 심사숙고했다. DATA 분석그룹에 두 가지 안을 놓고 모두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라고 주문했다. 결과는 염 감독에게 상세히 보고됐다. 최종 결정은 감독이 내리지만, 좋은 참고자료가 생겼음은 분명하다. 예상치보다 성과가 못할 경우 언제든지 변화도 가능하다.


염 감독은 키움 감독 시절부터 공부하는 지도자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여기에 SK에서 지난 2년간 단장을 하면서 야구를 더 넓게 볼 수 있었다는 게 염 감독의 자기 고백이다. 단장으로 2년간 데이터 활용 전문 지식을 많이 습득할 수 있었고, 데이터가 의사결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몸으로 체험했다. 그 경험이 감독이 된 지금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염 감독은 캠프 출발 전 선수들에게 “내가 어떤 야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을 하고, 정리만 할 수 있어도 기량이 10%는 상승할 것”이라고 독려했다. 염 감독 자신도 올 시즌 해야 할 야구를 정리하고 확신을 찾아가는 중이다. 그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러 의견을 듣고 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독단은 감독이 피해야 할 1순위 단어다. 염 감독이 지금의 자세만 이어간다면 SK의 전략도 살을 찌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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