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봉 감독은 수상자를 영어로 호명했다. 아역배우상 때부터 “So Cute(귀엽다)” “브라보” 등 추임새를 넣으며 긴장을 풀었다. 2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 수상자 소렌티노 감독에겐 “Congratulazioni”라고 이탈리아말로 축하를 건넸다.
‘레벤망’은 1963년 원치 않은 임신을 한 프랑스 대학생이 낙태를 결심하는 과정을 그렸다. 각본을 쓴 디완 감독은 황금사자상을 치켜들며 “나는 분노와 갈망, 내 배, 내 배짱, 내 마음과 머리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눈물을 흘리며 소감을 밝혔다. 칸·베를린 등 세계 3대 영화제 중 가장 오래된 베니스에서 최고상을 받은 여성 감독은 이로써 ‘독일 자매’(1981)의 마가레테 폰 트로타, ‘썸웨어’(2010)의 소피아 코폴라 등 6명이 됐다.
올해 21편이 겨룬 공식 경쟁 부문은 여성 감독과 주인공이 강세였다. 황금사자상에 이어 감독상·각본상도 여성이 차지했다.
뉴질랜드 거장 제인 캠피온 감독은 데이비드 컴버배치 주연의 ‘더 파워 오브 더 독’으로 은사자상-감독상을 받았다. ‘내 책상 위의 천사’(1990)로 은사자상-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지 31년 만의 본상 수상이다. 캠피온은 심사위원들을 향해 “봉(준호), 클로이(자오) 당신들은 내가 영화의 기준을 매우, 매우 높이도록 만들었다”고 인사했다.
할리우드 배우 매기 질렌할은 첫 장편 연출작 ‘더 로스트 도터’로 각본상을 안았다.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동명 소설이 토대로, 영국 배우 올리비아 콜맨이 주연을 맡았다. 볼피컵-여우주연상은 스페인 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받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신작 ‘패러렐 마더스’에서 나이 어린 임산부와 우정을 쌓는 중년의 임산부를 연기했다.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더 핸드 오브 갓’은 이탈리아 감독 파올로 소렌티노가 축구 스타 마라도나의 별명 ‘신의 손’에서 제목을 따 자신의 유년기를 그린 영화다. 필리핀 에릭 마티 감독의 정치 실화 바탕 영화 ‘온 더 잡: 미싱 8’은 볼피컵-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올해 공식 경쟁 심사위원은 7명 중 4명이 여성. 폐막식 후 간담회에서 성별 구성이 수상 결과에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봉 감독은 “우리는 영화 자체의 아름다움과 현시대·동시대의 주제를 말하고 있는가에 집중했다”면서 “수상자를 보면 많은 피메일(female·여성) 필름 메이커들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건 기쁜 일”이라고 한국말로 답했다. 9일간 21편의 영화를 심사한 과정에 대해선 “힘들면서도 즐거운 날들이었다”고 했다.
방역 수칙을 지키며 대면 개최된 영화제엔 리들리 스콧 감독, 배우 티모시 샬라메, 맷 데이먼, 제니퍼 로페즈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참석했다.
한국 배우 전종서의 할리우드 진출작 ‘모나리자 앤드 더 블러드문’이 공식 경쟁 부문, 김진아 감독의 미군 위안부 3부작 두 번째 작품 ‘소요산’이 VR 부문에 초청됐지만 수상엔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