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적 노동규제 해결없인 한국GM서 전기차 생산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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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1.13. 오전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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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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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2025년까지 수입EV 10종 출시
한국 공장에선 생산 계획 없어"

주 52시간 등도 車업계 발목
현대차, 연장근로 추진했지만
노조 거부로 생산확대 무산 위기
“한국GM의 비정규직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전기자동차 투자는 어렵다.”

한국을 방문 중인 스티브 키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사진)은 국내 자동차산업 관련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 분야의 각종 규제에 대해 우려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한 참석자가 12일 전했다.

한국GM은 사내 하청 근로자들이 수년간 잇따라 불법파견 관련 소송을 제기하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카허 카젬 사장 등 한국GM 임원 5명은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키퍼 수석부사장을 만난 업계 관계자는 “GM은 소송에서 질 경우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한국에 대한 추가 투자는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키퍼 수석부사장은 이날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도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2025년까지 한국에 새 전기차 10종을 출시하겠다”면서도 국내 생산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한국 공장은 2023년 출시 예정인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10종은 모두 수입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 52시간 근로제 등 경직적 규제도 자동차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수도권에 있는 한 도장업체 사장 민모씨는 “국내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주 52시간을 지키는 곳엔 아예 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최근엔 아프리카 등에서 온 난민까지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충전업체 최고기술책임자(CTO) 오모씨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다가 시행착오가 생기면 초과근로를 해야 하는데, 생산직들은 ‘너희만 초과수당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냐’며 따지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대자동차는 노조 탓에 생산량 확대 계획이 무산될 위기다. 3분기 반도체 공급난으로 대규모 생산 차질을 겪은 현대차는 4분기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일요일 특별연장근로를 추진했지만, 울산공장 노조 대표자들이 거부하고 나섰다.

연말 노조위원장 선거까지 다가오면서 자동차업계는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한국GM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에는 해고자가 수석부위원장 후보로 등록했다. 해고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한 노동조합법이 지난 7월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 해고자는 지난해 생산라인을 마음대로 멈췄다가 해고된 인물이다. 업계에선 해고자가 노조 임원이 되면 복직을 위해 더 과격하게 투쟁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 노조위원장 후보들은 너도나도 정년 연장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차별 철폐와 완전월급제 시행도 주요 공약이다. 근로시간을 더 줄이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한 자동차 부품업체 대표는 “외국보다 리스크가 더 커진 국내 사업은 접고 해외로 옮기는 게 해답인 것 같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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