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10일 새벽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광역 단체장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시장의 전 비서 A씨는 지난 8일 박 시장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2017년부터 박 시장이 집무실에서 신체를 접촉하고 텔레그램을 통해 성희롱성 메시지를 보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시장이 유서를 남기고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되면서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박 시장 또한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을 맡아 수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승소해 '인권변호사' 타이틀을 갖고 있다. 박 시장이 평소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해 온 만큼, 박 시장의 이번 미투 의혹 역시 큰 충격을 안겼다.
이어 "여성인력이 집중된 비서관직 등에 남성과 여성을 골고루 채용해 서로 견제하도록 해야 하는데 폐쇄적인 인사 체계로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면서 "또 쉽사리 외부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폐쇄적인 업무 공간을 개방시킨다든지 지자체장들에게 성 관련 프로그램을 교육받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강병수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50~60대 남성들은 최근의 성인지 감수성이 내면화되지 않아 '미투'가 없던 시절 가졌던 생각들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이전에도 이런 일은 많았지만 밝혀지지 않은 사례가 많다. 이제 시대가 투명해지면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날 서울시가 진행하는 박 시장의 장례를 반대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장례위원 모집, 업적을 기리는 장, 시민조문소 설치도 만류한다고 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비난하고 책망하고 피해자를 찾아내는 2차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며 "피해자가 말할 수 있는 시간과 사회가 이것을 들어야 하는 책임을 사라지게 하는 흐름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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