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작은 정부론’은 낡은 구호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를 대상으로 9일 진행된 ‘국민 시그널’ 면접에선 송곳 질문이 쏟아졌다. 수초간 답변을 머뭇거리거나 “아주 혼쭐이 났다”며 진땀을 빼는 후보도 있었다.
이날 전체 후보 12명 가운데 박찬주·유승민·장기표·장성민·최재형·홍준표(가나다순) 등 6명이 서울 금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면접관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박선영 동국대 법대 교수, 김준일 시사매체 ‘뉴스톱’ 대표 앞에 앉았다. 면접은 후보별로 22분씩 진행됐다.
홍준표 의원은 민감한 질문에 농담 섞은 답변으로 받아넘겼다. “막말 때문에 여성 지지율이 낮다”는 지적에 “그렇다”고 인정하자 면접관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홍 의원은 “성희롱 발언이 많다”는 지적에는 “막말(이라는 지적)이라면 수용하겠지만, 성적 희롱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홍준표=억지 논리다.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나를 안 찍는다. 난 그런 사람에게 대꾸하지 않는다. 말같지 않기 때문이다.
▶진중권=비례대표제를 없애자고 주장했는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이 났다.
▶홍준표=헌법을 바꾸는 판인데 무슨 헌법재판소가 나오나. 탄핵 때 보니 헌재 폐지도 검토해야겠더라.
보수층에서 지지율이 낮은 데 대해 “혼자 ‘탄핵의 강’을 못 건넜다. 억울한가”(김준일 대표)라는 질문도 나왔다. 유 전 의원은 “솔직히 억울하다”면서도 “그분들 생각이 바뀔 거다. 윤석열·홍준표가 후보가 되면 아주 무난히 지는 길”이라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겐 보수 성향 정책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진 전 교수가 “(최 전 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책임을 민주노총에 전가한다”며 “대기업이 ‘단가 후려치기’를 하고 기술을 빼앗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겠느냐”고 묻자 “법규에 위반되는 건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석탄발전소를 대체해 SMR(소형모듈원자로)을 설치하겠다고 했는데, 어디에 할 거냐”(김준일 대표)는 질문에는 “어느 곳에 지어야 하는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장성민 전 의원에게는 2000년 당시 5·18 민주화운동 20주년을 앞두고 광주광역시에서 일부 정치인들과 노래방에 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찬주 전 육군대장에게는 ‘공관병 갑질 사건’과 관련해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D.P.’에서처럼 가혹 행위 아니냐”는 비판이, 장기표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에게는 “7번이나 선거에서 낙선했는데, 이번에 되겠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일부 후보는 공정성을 지적했다. 홍 의원은 “면접관이 다 골수 좌파인 것 같다”고 했고, 유 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진 전 교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사람인데, 선관위가 어떻게 저런 분을 모셨는지 모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