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불투명 김종인 행보에 고민
송영길, 선대위 재구성에 '책임론'
"향후 행보로 이들 정치력 시험해 볼 수 있을 것"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대선 국면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됐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합류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김종인 선대위'의 필요성을 줄곧 주장했던 이준석 대표의 입장도 함께 난처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이 선대위 구성 초기부터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인선안 및 방향성을 두고 갈등을 노출했음에도, 이 대표는 김 전 위원장 합류의 필요성을 적극 주장했던 바 있다.
윤 후보의 의중대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중책을 맡고 전면에 나서는 선대위가 구성될 경우, 이 대표의 입지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김병준 전 위원장과 김한길 전 대표 모두 윤 후보가 적극적으로 영입한 인사이기에 윤 후보도 이 대표보다 이들의 의중을 더욱 살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가 건네는 비단주머니보다 김병준 전 위원장, 김한길 전 대표가 건네는 비단주머니의 내용이 더욱 중용되지 않겠는가"라며 "윤 후보의 의중대로 기존 캠프 사람들이 당 차원의 선대위에서도 일선에 나서게 되면 이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 모두 영향력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 바라봤다.
이준석 대표 또한 이날 "당의 모든 사람은 선거승리를 위해 후보의 생각을 따른다. 모든 선거는 후보의 선택대로 흘러가고 후보가 무한책임을 지는 것으로, 당원들은 모두 윤 후보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김종인 전 위원장이 선거 때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을 기반으로 지금까지 선거를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이 계획에서 벗어나고 싶지는 않다"고 완곡하게 불만을 표했다.
단 2030세대와 중도층에 있어 이 대표의 존재감이 확연한 점을 감안하면 윤 후보로서도 이 대표의 역할론을 축소시키기는 힘들 것이란 반론도 존재한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이 대표만큼 토론과 메시지 전달력이 뛰어난 인사가 국민의힘에 또 누가 있는가"라며 "이 대표는 당의 메시지를 국민에 전달하는 스피커로서의 분명한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송 대표가 지난 21일 긴급의원총회를 소집한 자리에서 선대위 쇄신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이재명 후보에게 건넨다는 뜻을 전하자 당내서 이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송 대표가 의원들을 향해 안 뛴다고 타박하며 혼자 10여분 일장 연설을 하더니 선대위 전권은 이 후보에게 일임하겠다고 한다"며 "정작 자기 얘기가 없는 것 아닌가"라 꼬집었다.
당 선대위가 삐걱대며 쇄신론이 고개를 들게 된 원인의 중심에 송 대표가 있다는 주장이다. 송 대표가 주도해 손발이 맞지 않는 '매머드급 선대위'를 추진하며 이 같은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관측이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도 "연출해야 할 사람들이 무대 위로 출연해서는 안 되고 자꾸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일들이 벌어져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대선만큼은 다른 선거와 달리 후보와 선대위 중심으로 치러 온 게 여의도의 전통적 문법이긴 하지만 이를 타파하고 자신의 능력을 뽐내는 것은 본인들의 몫"이라며 "선대위와 기존 당 인사들 간 원활하게 '원팀'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향후 행보를 지켜보며 이들의 정치력을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