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저금리와 과잉 유동성 때문에 물가가 오르고 가계와 기업의 부채도 위험 수위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9년 9개월 만에 3%대로 상승하면서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크게 뛰어넘었다. 금융당국의 총량 규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대출이 늘면서 9월 말 가계신용(가계대출+신용카드 사용액) 규모는 1844조9000억 원으로 작년 국내총생산(GDP)을 넘어섰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04.2%로 주요 37개국 중 1위다. 코로나19로 경영이 악화된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의 5대 은행 대출 규모도 1년 전보다 10%나 급증했다.
물가 급등을 억제하고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의 거품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어제 이주열 한은 총재가 내년 초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만큼 집이나 주식을 사기 위해 더 이상 무리해 ‘영끌’ 대출을 받는 건 위험해졌다. 금리 6%에 육박하는 주택담보대출을 갚느라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구가 늘어나는 등 부채 충격이 임박했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한국의 가계는 연간 2조9000억 원의 이자 부담을 더 져야 한다. 과도한 빚을 진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우려되는 건 현재의 물가상승이 과잉 유동성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각국의 친환경 정책 전환, 미중 경제 갈등 등 해외의 구조적 요인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를 올려도 물가는 계속 오르고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만 커질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까지 벽에 부딪힐 경우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는 상황도 올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한은은 실물경기의 흐름을 세심히 살피면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금리 인상으로 취약계층, 기업들이 받을 부채 충격에 대비해 불요불급한 지출을 자제하면서 재정 여력을 남겨둬야 한다.